“형님 인생영화라고 하시면, 제가 해야죠.”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정우성은 덥석 김성수 감독의 뜻을 지지하고 나섰다. 감독과 배우로 둘은 그렇게 늘, 서로의 차기작을 점검하는 사이다. <비트>(1997)와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로 이어져온 김성수-정우성 협업의 아름다운 연장선. <아수라>에서 그가 연기하는 부패한 형사 한도경은 악의 충돌과 대립 속, 갑갑하게 죄어오는 곤경에 처해 복잡하게 일그러지기를 반복한다. 그 처연한 모습에서 마냥 순수했던 <비트>의 청년 민을, 기어코 찾아내보고 싶어진다. <비트>는 정우성이라는 존재의 탄생기였다. 첫사랑 로미(고소영), 절친 태수(유오성)를 지키려던 20년 전의 민이 희망 없는 세상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면, 지금의 한도경처럼 좌절의 순간을 맞게 되지 않았을까. 한층 성숙하고 노련해진 정우성의 연기를 보며, 한없이 맑고 투명했던 <비트>에서의 풋풋함을 떠올려본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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