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연출자의 의도와 서사의 흐름을 좇는 게 우선 - <범죄의 여왕> 이효재 촬영감독
2016-09-29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아들의 고시원 수도요금이 무려 120만원 나왔다. 한번 물면 끝장을 보고 마는 엄마 양미경(박지영)이 가만있을 리 없다. <범죄의 여왕>의 미경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상경하나 점점 더 큰 비밀과 마주한다. 스릴러와 홍콩 누아르를 연상케 하다가도 일순간 코믹물로 변모하며 장르 규정을 불허하려는 투다. ‘억척 엄마’라는 전형적인 캐릭터를 그리는 대신 장르 안에서 ‘여성’ 양미경을 그리는 방식이 흥미롭다. 이효재 촬영감독도 바로 이 점에 매료돼 <범죄의 여왕>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다. “지금의 아내이자 당시 여자친구였던 김보희 프로듀서가 이 작품을 준비하는 걸 지켜봤다. 오지랖 넓은 엄마, 녹록지 않은 청춘들의 이야기는 꽤 보편적인데 그걸 정말 독특하게 풀더라. ‘프로듀서님께’ 부탁이란 걸 했다. ‘이요섭 감독님과 딱 한번만 인터뷰할 수 있게 약속을 잡아달라’고. (웃음) 운이 좋았다.”

4억원 규모의 저예산영화인 만큼 꼼꼼한 콘티 작업은 필수였다. 신별로 코믹과 스릴러 둘 중 어디에 방점을 찍을지를 따지고 확정했다. “처음에는 다큐멘터리처럼 찍어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근데 감독님께서 장르영화처럼 보이길 바라셔서 세트 촬영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대신 캐릭터별, 방별 색감을 달리해 특색을 줬다.” 천편일률적인 고시원 방 대신 낡은 아파트를 불법 개조했다는 설정이 효과적이었다. 미경의 현실적인 아들 익수(김대현)의 방은 형광등, 비밀 많은 403호 하준(허정도)의 방은 칙칙한 카키, 하루 종일 컴퓨터만 하는 402호 진숙(이솜)의 방은 모니터 반사광을 적극 활용해가며 찍었다. 크고작은 시도들도 있었다. 오프닝 타이틀이 뜨고 미경이 상경할 때 고정된 프레임 안에 시간 경과를 두는 타임랩스 기법을 썼다. 후반의 중요한 액션 신에서는 렌즈의 최단거리 초점 덕을 봤다. “왜곡감이 있는 와이드 렌즈로 클로즈업숏을 찍었다. 인물의 눈 말고는 초점이 맞는 게 없더라. 틸트 앤드 시프트 렌즈로나 낼 수 있는 효과인데 좋은 결과가 났다. (웃음)”

지향하는 촬영의 방향은 분명하다. “시각적 화려함보다는 연출자의 의도와 서사의 흐름을 좇는 게 우선이다. 촬영감독으로서는 ‘어떤 이미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전체 이야기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바람난 가족>(2003), <만추>(2010)의 김우형 촬영감독의 촬영을 닮고싶다. “촬영의 미덕이 있다면 튀지 않게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게 아닐까.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분 같다. 감독님을 꼭 한번 뵙고 싶다.”

동선 체크용 자석

이효재 촬영감독은 한정된 예산과 촬영 일수를 맞추기 위해 최대한 ‘콘티대로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프리 프로덕션에 들인 공이 컸다. 색색의 자석을 들고 다니며 복도, 고시원 방 등 좁은 공간에서의 인물과 카메라의 동선을 수없이 체크했다. 예행 연습 끝에 매일 촬영이 끝나면 아이패드로 그날의 촬영분을 확인하고 또 한번 다음날의 동선을 체크한다. 스탭들이 현장에서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지 않게 하려면 꼭 필요한 단계였다.

촬영감독 2016 <귀신의 향기>(가제) 2015 <범죄의 여왕> 2014 <신이 보낸 사람> 촬영팀 2012 <후궁: 제왕의 첩> 2009 <걸프렌즈> 2008 <과속 스캔들> <로맨틱 아일랜드> 2007 <바르게 살자> 2006 <백만장자의 첫사랑> 2002 <해적, 디스코왕 되다> 2001 <조폭마누라> 2000 <그녀에게 잠들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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