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인물의 히스토리를 표현하는 작업" - <죽여주는 여자> 함현주 의상감독
2016-10-06
글 : 이예지
사진 : 오계옥

<죽여주는 여자>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윤여정)은 멋쟁이다. 위아래 진 소재의 ‘청청 패션’에 시스루를 입은 도발적인 룩부터 블라우스에 스웨이드 코트를 걸친 우아한 룩까지, 보는 재미가 쏠쏠한 소영의 의상을 책임진 것은 함현주 의상감독이다. 그는 <죽여주는 여자>가 “캐릭터의 비주얼이 주는 정서”가 중요한 영화라고 말한다. “소영은 천한 느낌에서 오는 애수가 있어야 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도회적이고 세련된 윤여정 선생님이 이 역할을 맡았다고 했을 때 정말 신나더라. 배우의 이미지와 다른 비주얼을 뽑아내는 건 재미있는 일이니까. 역시나 ‘옷빨’이 끝내주셨다. (웃음)”

그가 소영에게서 잡은 두 키워드는 “노동자 그리고 성”이었다. “소영은 65살인데도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다. 그래서 작업복이자 블루칼라라는 단어의 기원이고, 젊음의 상징인 진 소재를 활용해 ‘청청 패션’을 시도했다. 거기에 검은 시스루를 이너로 입어 도발적인 느낌을 더했다.” 또 소영이 살고 있는 여러 문화가 혼종된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고려했다. “이태원의 분위기를 살려 스팽글, 꽃자수 등을 넣어 조악하면서도 키치적이고 화려한 느낌을 줬다.” 그는 소영의 낮은 소득 수준을 고려해 평화시장과 재활용 수거함을 뒤져가며 저렴한 옷들을 찾았다. “갈색 스웨이드 재킷은 삼만 몇 천원짜리다. 스웨이드의 따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스웨이드가 고가의 소재라 인조 스웨이드를 선택했다. 유일한 브랜드 옷은 ‘어깨뽕’이 들어간 아르마니 익스체인지의 레트로한 아우터로, 20년 전 내가 대학생 때 입던 옷이다. (웃음)”

의상학을 전공한 그는 <텔 미 썸딩>을 시작으로 일을 시작해 <킬러들의 수다>로 입봉했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에 쉬지 않고 일하던 중 <천하장사 마돈나>를 계기로 영화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다르다는 것은 상대적인 건데 한국 사회는 열외를 시켜버린다. 그런데 영화가 그 분위기를 좀 느슨하게 할 수 있겠더라.” 고유하고 유니크한 캐릭터 영화를 좋아하게 된 그에게 여성이자 노인이고 성노동자인 소영이 주인공인 <죽여주는 여자>는 참 “반가운 영화”였다. 그는 인물의 히스토리를 표현하는 작업인 영화의상 작업을 “사람에 대한 애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주변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충만한 그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영화는 <캐롤>처럼 여자들이 나오는 멜로영화다. “왜 영화 속 용기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일까? 이젠 여성이 주체적으로 나서는 영화를 하고 싶다.”

텀블러

“현장에 갈 때 텀블러를 항상 챙긴다. 촬영장은 늘 복잡하고 긴장감 넘치는 상태라 판단을 해야할 때 긴장감과 예민함을 누그러뜨리려고 커피나 차를 담아서 가지고 다닌다. 이 텀블러는 <연애의 온도>에서 김민희와 이민기가 소풍갈 때 가져갔던 소품으로, 촬영이 끝났을 때 이인옥 미술감독에게 선물받았다.”

2015 <탐정: 더 비기닝> 2014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2014 <나의 절친 악당들> 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2013 <연애의 온도> 2009 <애자> 2007 <뜨거운 것이 좋아> 2006 <천하장사 마돈나> 2005 <사랑해, 말순씨> 2005 <광식이동생 광태> 2005 <말아톤> 2004 <발레교습소> 2004 <그녀를 믿지 마세요> 2002 <밀애> 2001 <킬러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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