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연출의 시작은 사람의 마음을 잡는 것 - <춘몽> 조현정 PD
2016-10-13
글 : 윤혜지
사진 : 최성열

장률 감독이 한국 땅에 적응해 작가로 오롯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데엔 보이지 않는 조력자의 도움이 컸다. 조현정 PD는 <경계> 때 제작사 G21m의 기획실 직원으로 입사해 장률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경주>의 조감독, <풍경> <필름시대사랑> <춘몽>의 프로듀서로 장률 감독의 곁에서 다양하게 활약해왔다. 장률 감독이 <풍경>을 기획하며 다시 조현정 PD에게 연락했을 때엔 그도 마침 영화제 프로그램 팀장직을 그만두고 현장 일을 찾고 있던 때였다.

다른 프로듀서는 하지 않는, 장률 감독과 조현정 PD만이 거치는 또 하나의 특수한 과정은 시나리오 한글 채록이다. “중국어로 쓰신 시나리오를 감독님이 한국어로 구술해주면 내가 그걸 한글로 채록하는 작업을 한다. 시나리오 국문화를 마치면 감독님과 연출팀과 내가 한번 더 읽으며 대사 체크를 하고, 그렇게 만든 대사는 현장에서 배우를 만나 또 한번 바뀐다.”

<경주>는 시나리오 채록 단계부터 “연출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보고자” 조감독으로 일하고 싶다고 조현정 PD가 따로 요청한 영화였다. “프로듀서로 데리고 있는 게 편하셨던지 거부하시더라. (웃음) 나도 초강수를 둬서 조감독 아니면 감독님과 일 안 할 거라고 했더니 마지못해 조감독을 시켜주셨다. (웃음)” 조감독으로 일해보니 깨달은 건 배우와 스탭의 “마음”을 훔치는 법. “감독이 배우와 소통하며 그들의 컨디션을 영화 속 감정으로 이어오는 방식을 장률 감독님 곁에서 많이 배웠다. 내가 영화를 연출하게 된다면 신경 쓸 게 많은 와중에도 내 이야기 안으로 들어올 배우의 마음, 스탭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시작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경계>를 마치고 G21m 기획실에서 나온 조현정 PD는 주피터필름 마케팅팀으로 옮겨 <아내가 결혼했다> 홍보를 맡았고 당시 사수였던 김주희 대표가 따로 홍보사 시네드에피를 차리자 그곳으로 옮겨 <파주>를 마케팅했다. 영화제 일도 해보고 싶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램 팀장으로 3년간 근무하던 중 “이러다간 현장에 못 가겠다 싶어” 다시 프리랜서로 독립해 률필름에서 일하며 <춘몽>까지 담당했다. 현재는 화이브러더스 영화사업부 프로듀서로 근무 중이다. 배급 빼고는 안 해본 영화 일이 없는 전천후 영화인이지만 그의 최종 꿈은 결국 연출이다. “이번엔 안정적인 시스템이 있는 상업영화 산업권을 경험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연출 욕심이 있는 복수 스릴러 한편과 여자 요리사가 주인공인 로맨틱 코미디 두 작품만은 언젠가 직접 찍어보고 싶다.”

지압봉

“<춘몽> 후반작업 중 박해일 선배를 술자리에서 만났다. 힘내라면서 본인이 2년 동안 산책 중 들고 다니며 좋은 기운을 모아뒀다는 지압봉을 선물로 주시더라. (웃음) 감독, 배우, PD라는 직함을 떠나 서로 마음을 나눈 친우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힘을 내려고 수시로 들고 다니고 있다.”

프로듀서 2016 <춘몽> 2015 <필름시대사랑> 2013 <풍경> 조감독 2013 <경주> 마케팅 2010 <꿈은 이루어진다> 2010 <작은 연못> 2009 <파주> 2008 <연인들> 2008 <아내가 결혼했다> 제작관리 2007 <경계> 프로그램팀장 2010~12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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