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탐미에 대한 강렬하고도 잔혹한 집착 <네온 데몬>
2016-10-19
글 : 조재휘 (영화평론가)

모델을 꿈꾸며 로스앤젤레스로 온 제시(엘르 패닝)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비(지나 말론)와의 만남을 통해 본격적으로 패션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타고난 미모로 유력 에이전시와 사진작가, 패션 디자이너의 이목을 사로잡은 제시는 얼마 되지 않아 런웨이에 오르며 톱 수준의 모델로 떠오르게 되고, 신인의 등장으로 인해 기회를 잃고 밀려난 모델 사라(애비 리)와 지지(벨라 히스컷)로부터 질투의 표적이 되고 만다. 모델로서의 입지가 강화되고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제시는 점점 어두운 욕망에 눈뜨게 된다.

<네온 데몬>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한 모델의 성공과 몰락’으로 충분히 요약될 만큼 심플하고 직선적인 플롯의 여백을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탐미주의적인 이미지와 그 화려함 속에 담긴 메타포로 채우려 한다. 순진한 16살 소녀가 모델의 세계에 입문해 점차 변해가는 과정의 묘사는 절제된 대사 대신 미장센과 의상, 조명 등 시각적인 도구를 통해 전개된다. 나이를 속이고 에이전시와 계약한 날 텅 빈 방에 들어온 야수를 목격하는 장면은 텅 빈 내면에 야수성이 깃들었음을 암시하며, 거울에 비치는 반사 이미지는 내면의 일그러짐을, 흰색에서 점점 색으로 물들어가는 화장과 복식, 푸른빛에서 붉은색으로 바뀌는 조명은 순수성의 상실과 타락을 은유한다. 제시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라, 성형중독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은 지지, 레즈비언으로서 애정을 갈구하게 된 루비, 세 사람의 태도는 네크로필리아와 카니발리즘으로 치달으며 타자화된 미적 대상에 대한 소유욕이 어떤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온리 갓 포기브스>(2013)를 컬트영화의 대가 알레한드로 호도로프스키에게 헌정했던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네온 데몬>에서도 철저히 이미지의 은유와 상징에 기대어 의미를 전달하는 전위적인 화법으로 일관한다. 칸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이 영화에 보인 야유와 16분간의 기립박수라는 엇갈린 반응은 <드라이브>(2011)의 대중적 성공 이후 니콜라스 빈딩 레픈의 필모그래피가 비타협적인 아방가르드와 컬트의 길을 걷고 있다는 하나의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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