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좋다면 <미스터 캣>
2016-10-19
글 : 윤혜지

그룹 파이어브랜드의 진취적인 오너 톰 브랜드(케빈 스페이시)는 열한살짜리 딸 레베카(말리나 와이즈먼)의 생일선물로 고민하고 있다. 레베카는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고 톰을 조르지만 고양이로 인해 초토화될 집안 풍경이 걱정스러운 톰은 꾸준히 레베카의 요구를 무시한다. 아내 라라(제니퍼 가너)는 아이가 원하는 걸 사주라며 톰을 압박하고 톰은 결국 펫숍 주인 퍼킨스(크리스토퍼 워컨)로부터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는다. 그런데 고양이를 데리고 생일파티에 가던 톰은 교활한 비서로 인해 사고를 당하고 고양이의 몸에 빙의하게 된다. 톰은 자신의 육체와 회사를 되찾기 위해 고양이의 몸으로 고군분투한다.

유치하고 만듦새도 형편없지만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좋다면 <미스터 캣>의 재미는 충분하다. ‘고양이 배우’는 러닝타임 대부분을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보내고 있으며 고양이의 움직임은 누가 보아도 표시가 나는 엉성한 CG로 만들어졌다. 케빈 스페이시의 목소리 열연은 고양이의 미동조차 없는 얼굴 클로즈업에 대충 덧씌워져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고양이가 슬슬 걸어다니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질 테지만 ‘냥덕’이 아닌 관객이라면 이 넘치는 허접함을 어느 정도나 인내할 수 있을까 싶다. 천만다행으로 레베카가 고양이에게 사랑을 퍼부어주긴 하지만, 생일선물로 고양이를 사달라는 아이의 투정을 별다른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부부의 모습 또한 ‘동물권’ 논쟁이 첨예한 지금 시대에 귀감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일에 대한 헌신도 좋지만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주제는 무난하다. 하지만 주제를 완성하기 위해 이용한, 톰의 복잡한 여성편력, 회사 내의 권력싸움, 톰에게 인정받으려는 아들의 노력 등의 플롯은 너무 산만하다는 인상을 준다. 비범한 기운을 풍기며 등장한 펫숍 주인 퍼킨스가 뜻밖에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시시하게 퇴장하는 모습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아담스 패밀리> 시리즈, <맨 인 블랙> 시리즈를 연출한 배리 소넨펠드의 작품치고는 지나치게 무성의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 캣>은 동물을 의인화한 프로젝트의 부정적 사례로 남을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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