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낮에는 회계사, 밤에는 킬러 <어카운턴트>
2016-10-19
글 : 박소미 (영화평론가)

<어카운턴트> The Accountant

제작 마크 윌리엄스, 라이넷 하웰 / 감독 개빈 오코너 / 각본 빌 듀부크 / 촬영 시머스 맥가비 / 음악 마크 아이샴 / 편집 리처드 피어슨 / 출연 벤 애플렉, 안나 켄드릭, J. K. 시먼스, 신시아 애드대 로빈슨 /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제작연도 2016년 / 상영시간 127분 / 등급 15세 관람가 / 개봉 10월13일

회계사는 왜 킬러가 되었을까. 혹은 어떻게 킬러가 되었을까. 개빈 오코너 감독의 <어카운턴트>는 회계사와 킬러에 관한 두 가지 질문을 기본 골격으로 하는 영화다. 크리스찬 울프(벤 애플렉)는 동네 상점에서 혼자 ‘ZZZ 공인회계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회계사다. 언뜻 보기에 평범한 회계사 같지만 크리스찬을 찾는 고객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동네 주민이고 다른 하나는 거물급 범죄자들이다. 범죄자들을 고객으로 상대하며 때때로 크리스찬은 킬러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크리스찬이 새로 수임한 업무는 자금 횡령 의혹이 있는 벤처기업의 재무 조사다. 처음 횡령 의혹을 제기한 사내 회계사 다나(안나 켄드릭)와 크리스찬은 점차 횡령보다 더 복잡한 사건이 배후에 있음을 깨닫는다. 한편 재무부 범죄전담반의 레이 킹(J. K. 시먼스)은 크리스찬이 여러 범죄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재무부 직원 메디나(신시아 애드대 로빈슨)에게 조사를 요청한다. 조사에 착수한 메디나는 크리스찬이 어렸을 때부터 자폐증이 있었으며 숫자를 다루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어카운턴트>는 회계사인 크리스찬이 ‘왜’ 그리고 ‘어떻게’ 킬러가 되었는지에 답하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폐증의 발견, 부모의 이혼, 교도소 수감생활 등 처음에는 뒤죽박죽 뒤섞인 퍼즐처럼 보이는 크리스찬의 과거사가 하나씩 맞춰지면서 관객은 비로소 현재의 크리스찬을 이해하게 된다. 여러 인물과 하위 서사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영화의 재미는 상당 부분 크리스찬이라는 한명의 인물에게 기대고 있다. 벤 애플랙은 영화의 중심축과도 같은 크리스찬을 연기하며 자폐증, 불우한 천재, 베일에 싸인 킬러 등 크리스찬의 다면적인 얼굴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하지만 영화가 조연을 다루는 방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크리스찬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많은 조연들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서사 전개상 기계적으로 활용된 뒤 퇴장한다. 때문에 조연들과 연계된 로맨스나 가족 드라마의 요소도 충분히 전개되지 못하고 어중간한 지점에서 멈춰선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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