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귀> <십이국기> 등으로 유명한 장르 소설 작가 오노 후유미가 99개의 괴담을 엮어낸 <귀담백경>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영화는 다케우치 유코의 내레이션을 바탕으로, 10개의 짧은 에피소드를 엮어낸다. 차와 동일한 속도로 따라오는 귀신의 섬찟한 비주얼을 보여주는 <추월>로 시작해, 집 안에서 출몰하는 귀신 이야기를 다룬 <그림자 남자>, 목매 죽은 남성을 목격한 후 어디서나 그가 보이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따라온다>, 이야기를 하면 들은 사람에게 빨간 여자가 나타나는 <빨간 여자>, 무덤가에서 놀다가 다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계속하자>, 아이 많은 집의 임신한 여성에 대한 괴담을 그린 <도둑>, 전 남자친구가 두고 간 트렁크에 대한 괴담인 <밀폐> 등 다양한 괴담들이 이어진다.
작가 오노 후유미가 독자들에게 받은 실화들로 구성한 <귀담백경>은 소소한 생활괴담 소품집이다. 10분 안팎의 짧은 에피소드들은 가볍고 일상적이며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듯한 것들이다. 일본의 괴담 사이트 게시판에 댓글로 달리는 이야기 정도의 느낌이다. 첫 에피소드인 <추월>에 등장하는 귀신의 깜짝 놀랄 움직임과 마지막 에피소드 <밀폐>의 열리지 않는 트렁크의 재기발랄함은 흥미롭지만 나머지 괴담들은 기시감이 지나치게 강하며 진부하다 못해 구태의연하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말초적인 공포를 자극한다는 컨셉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딱히 무섭지도 않다는 것이다. 다케우치 유코의 서늘한 내레이션만이 밋밋한 에피소드들 가운데 공포의 무드를 잡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