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회 뉴욕영화제가 9월30일부터 10월16일까지 링컨센터 일대에서 열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사상 처음 다큐멘터리가 개막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는데, 지난 2014년 <셀마>로 큰 관심을 모았던 에바 두버네이 감독의 신작 <13번째>가 바로 그 작품이다. 미국 헌법 수정 조항 13조를 뜻하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대기업의 이윤 추구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 헌법 조항이 악용돼 미국의 수많은 흑인과 히스패닉 남성들이 감옥에 수감되고 있다는 내용을 다룬다. 특히 <13번째>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첫 다큐멘터리영화이기도 하지만, 영화제 기간 중인 10월7일부터 넷플릭스에서도 공개했기 때문이다. 두버네이 감독은 이에 대해 “정작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흑인 커뮤니티에는 저예산 독립영화를 보여줄 만한 극장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했다.
지난해 뉴욕영화제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스파이 브릿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하늘을 걷는 남자>, 대니 보일 감독의 <스티브 잡스> 등 할리우드 가을 신작이 공개되면서 수많은 영화계 스타와 유명 감독들이 영화제를 찾은 바 있다. 반면 올해는 리안 감독의 <빌리 린스 롱 하프타임 워크>를 제외하고는 할리우드와 거리가 먼 영화들이 주를 이뤘다. 이중에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에드만>,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맨체스터 바이 더 시>, 짐 자무시의 <패터슨>과 다큐멘터리 <김미 데인저> 등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마이크 밀스 감독의 <20세기 여인들>과 제임스 그레이의 <잃어버린 도시 Z> 등이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였고, 대니 쇼의 애니메이션 <마이 인타이어 하이 스쿨 싱킹 인투 더 시>, 앨리슨 매클린의 <더 리허설>, 다르덴 형제의 <언노운 걸>, 에런 브루커의 다큐멘터리 <하워드 삼촌>, 유진 그린의 <요셉의 아들> 등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