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힙합영화제는 2015년에 시작됐다. ‘유행’을 넘어서 ‘문화’이자 ‘삶의 방식’으로서의 힙합을 알리고 싶다는 의도에서 만든 영화제다. 힙합 열풍이 한층 더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올해에도 영화제는 계속된다. 오는 10월28일(금)부터 11월4일(금)까지 8일간 진행되는 제2회 서울힙합영화제는 CGV와 함께한다. 한국 힙합의 상징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홍대입구에 자리한 CGV홍대 그리고 강남의 상징적인 공간인 청담에 위치한 CGV청담씨네시티에서 동시에 열릴 예정이다. 또 영화제의 홍보대사는 일리네어 레코드의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가 맡았다. 이들 세 래퍼는 지금 한국 힙합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힙합이 지닌 고유한 태도와 멋을 고수하면서도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 이들의 이런 상징성이야말로 서울힙합영화제가 지향하는 정체성과 가장 잘 맞아떨어진다. 서울힙합영화제는 힙합이라는 중심을 지키면서도 지속적인 발전과 확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상영작은 지난해보다 늘어난 13편이다. 먼저 개막작은 살리마 코로마 감독의 다큐멘터리 <배드랩>(2016)이다. 이 작품은 “왜 아직 미국 힙합 신에서는 동양계 랩 스타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고나서 네명의 동양계 래퍼 덤파운데드, 아콰피나, 렉스티지, 리릭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뒤 ‘미국에서 동양계 래퍼로 살아간다는 것’을 다채롭게 조명한다. 커티스 핸슨의 <8마일>(2002)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개봉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긴 하지만 벌써 그로부터 14년이 지났다. 이제 다시 극장에서 볼 때가 됐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힙합영화다.
아이스 큐브 주연의 흑인 가족•코미디영화 <바버샵3>(감독 말콤 D. 리, 2016)도 상영한다. ‘바버샵 시리즈’는 한국에서 <우리 동네 이발소에 무슨 일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됐지만 이번에는 그 제목을 따르지 않았다. 이 영화는 올해 미국에서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테렌스 하워드가 주인공을 맡고 루다크 리스가 출연한 <허슬 앤 플로우>(감독 크렉 브루어, 2005)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남부의 멤피스를 배경으로 한 이 힙합 드라마는 흔히 ‘쌈마이’라는 속된 말로 표현되는 말초적인 미국 남부 힙합 사운드가 실은 흑인들의 생활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아이스 티와 앤디 베이벗이 연출한 랩의 예술성에 대한 다큐멘터리 <아트 오브 랩>(2012), 나스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힙합 패션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레쉬 드레스드>(감독 사샤 젠킨스, 2015), 짐 캐리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힙합의 태동기에 대한 다큐멘터리 <러블 킹스: 힙합의 탄생>(감독 샨 니콜슨, 2010) 역시 상영작 목록에 들어 있다. 또 1998년 K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KBS 제3지대: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를 다시 상영하며, 뮤직비디오를 통해 2016년의 한국 힙합을 돌아보는 <한국힙합 2016: 비주얼 스토리>도 준비되어 있다. 두 작품은 무료로 진행된다.
GV(관객과의 대화) 역시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엠씨메타, 이하늘, 지누션,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 비와이, JJK, 서출구, 던말릭 등이 참여한다. 또 벌스공모전, 개막식, 개막파티 등 영화제와 관련한 다른 행사는 홈페이지(http://seoulhiphopfilm.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랩이 왜 고도의 예술인지, 힙합이 어떤 역사와 맥락이 닿아 있는지, 세계의 젊음을 뒤흔들어놓은 힙합의 힘은 무엇인지, 또 한국 힙합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두가 확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영화제 기간 내내 힙합과 함께 모두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