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는 일이고, 역사를 주재하는 신이 심판을 합니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2016-10-26
글 : 김성훈

찰스 디킨스의 역사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배경이 파리와 런던이라면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배경은 부산과 여수다. 부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0년 총선에 출마해 지역주의를 극복하려고 했다가 패배한 곳이다. 여수는 고 백무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4·13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곳이다(그는 지난 8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활동한 시대도, 지역도 다르지만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공통적이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2000년과 2016년을 오가며 노무현과 백무현을 교차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역시 실패했습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는 일이고, 역사를 주재하는 신이 심판을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백무현보다 노무현에 더 눈길이 간다. 당시 민주당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부산 시민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 당보다 인물을 봐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하던 노무현의 유세 활동은 다시 봐도 산 넘어 산이다. 유세 장소에 사람이 많이 오지 않자 다방에 들어가 다방 주인과 수다를 나누고, 다방 한구석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손님을 깨워 자신을 알리려고 하고, 보좌진과 연설 문장을 함께 써내려가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도 무척 반갑다.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연설은 지금 한국 정치에 유효한 메시지다. 짠하기로는 백무현 또한 노무현 못지않다. 그는 4선 의원을 노리는 주승용 국민의당 후보의 ‘변절과 구태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딸과 함께 힘겨운 선거운동을 했다.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려고 했던 두 정치인을 연결하려는 구성과 시도는 재미있다. 하지만 김원명 작가, 배우 박영희, 김하연 사진작가, 조덕희 시각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추억과 감상을 늘어놓는 장면들은 좀더 치밀하게 구성됐으면 어땠을까 싶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무현을 그려내려는 의도를 모르진 않지만, 이야기가 다소 감상적으로 치우치는 것 같아 아쉽다. 이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봉 비용을 마련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