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협력의 태도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
2016-10-26
글 : 윤혜지

친모에게 버림받고 복지국 직원의 도움으로 여러 위탁 가정을 전전하던 질리(소피 넬리스)는 새 위탁모 트로터 부인(캐시 베이츠)을 만나게 된다. 트로터 부인은 소심하고 늦된 아이 윌리엄 어니스트(재커리 에르난데스)를 맡아 키우며 앞을 못 보는 앞집 노인 랜돌프(빌 콥스)의 사정도 함께 봐주는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다. 질리는 친모에게로 가고 싶은 마음에 괜히 엇나가는 행동을 일삼는다. 학교에선 학우들을 못살게 굴며 담임 교사에겐 대들고, 집에 돌아와선 윌리엄 어니스트를 위협하거나 트로터 부인을 무시한다. 하지만 질리를 둘러싼 어른들은 차가운 태도로 일관하는 질리를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질리가 트로터 부인의 집에 정이 들 무렵 질리의 외할머니가 방문해 질리는 혼란에 빠진다.

소속감을 갖지 못해 불안에 떠는 질리는 성숙하고 현명한 어른들의 배려로 혼란을 극복한다. 질리가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함에도 트로터 부인은 인내와 애정으로 아이의 불안을 잠재운다. 랜돌프 아저씨는 질리의 얘길 가만히 들어주고 때때로 질리에게 간단한 부탁을 함으로써 질리가 그들의 커뮤니티에 꼭 필요한 아이임을 자각하게 한다. 교사 해리스(옥타비아 스펜서)는 질리의 자존심을 망가뜨리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질리를 엄격히 훈육한다. 단단히 앞섶을 여민 나그네의 외투를 벗겨내는 건 날카로운 바람이 아닌 따뜻한 태양이다.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는 선의와 사랑이 상처받은 아이를 어떻게 건강한 어른으로 길러내는지,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서로가 어떤 협력을 해야 하는지를 온화한 태도로 보여주고 있다. 한때 섬뜩한 여인의 표본이었던, <미져리>(1990)의 무시무시한 간호사 애니와 <101마리 달마시안>(1991)의 모피광 크루엘라를 기억한다면 캐시 베이츠와 글렌 클로스의 애절한 표정이 더욱 인상적으로 남을 것이다. 캐시 베이츠는 머리부터 발끝, 마음까지 마시멜로로 만들어진 듯한 트로터 부인을 부드럽고 푸근하게 연기한다. <101마리 달마시안>을 연출하기도 했던 스티븐 헤렉이 다정하고 속깊은 외할머니 역할에 글렌 클로스를 캐스팅한 점도 흥미롭다. 캐서린 패터슨의 동명 원작 소설에 바탕하며, 캐서린의 아들이자 시나리오작가인 데이비드 패터슨이 각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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