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술래는 죽었고 놀이는 계속된다 <혼숨>
2016-10-26
글 : 김성훈

BJ 야광(류덕환)과 박 PD(조복래)는 아프리카TV에서 공포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을 할 때마다 별풍선을 많이 받을 만큼 인기가 많다. 둘은 ‘레전드’ 방송을 만들기 위해 더욱 자극적이고 공포스러운 소재를 찾아다닐 궁리를 한다. 어느 날 두 사람에게 실종된 여고생의 ‘혼숨’ 영상이 제보된다. 혼숨은 인형에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 숨바꼭질을 하는 강령술이다. 광기에 휩싸인 여고생 영상을 본 두 사람은 카메라를 들고 실시간으로 BJ 방송을 하며 사라진 여고생을 찾기로 한다.

이 영화가 아프리카TV의 공포 방송을 소재로 했을 때 세 가지 지점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나는 BJ가 실종된 여고생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BJ와 함께 실시간으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또 하나는 BJ가 공포의 대상을 마주했을 때 공포가 더욱 생생하게 전달될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방송 소재가 자극적일수록 채팅창에서 별풍선을 주며 열광하는 대중심리를 풍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이 세 가지를 기대하고 기획했을 텐데, 아쉽게도 <혼숨>은 셋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실제 아프리카TV 방송이라면 BJ가 사라진 여고생을 찾는 과정이 긴장되고 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다. 편집되지 않은 BJ의 공포 추적 과정은 긴장감을 주기는 커녕 서사를 느슨하게 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꽤 지루하게 느껴진다. 매력적인 공포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었는데 ‘혼숨’의 겉(혹은 떡밥)만 담아낸 것 같아 무척 아쉽다. 신인 이두환 감독의 장편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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