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토비(크리스 파인)와 형 테너(벤 포스터)는 은행강도다. 빚더미에 시달리던 토비는 가족의 유일한 재산인 농장의 소유권마저 잃을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자신들의 농장에 석유가 매장된 사실을 알게 되고 어떻게든 농장을 지키고자 출소를 마친 형을 설득해 은행강도를 하며 돈을 모은다. 한편 베테랑 형사 해밀턴(제프 브리지스)은 은퇴 전 마지막 사건으로 이들을 쫓기로 하고 추적을 시작한다.
<로스트 인 더스트>는 땅, 자본, 폭력, 총, 석유, 가족 그리고 미국에 관한 영화다. 땅의 기억과 그 위에서 반복되는 미국인들의 몸부림이라 해도 좋겠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의 각본가 테일러 셰리던이 3부작으로 구상 중이라는 범죄 스릴러 연작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공간의 드라마를 써나간다. 황폐한 사막을 연상시키는 텍사스는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채 토지를 빼앗기고 밀려난 사람들의 공간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형사 해밀턴의 인디언 파트너 알베르토(길 버밍엄)가 계속 환기시키듯 백인들에게 밀려난 코만치들의 슬픈 역사가 되풀이되는 땅이기도 하다.
시네마스코프로 잡아낸 사막의 황량한 정서, 사실감을 배가시키는 롱테이크 촬영으로 표현된 데이비드 매켄지의 연출은 그 자체로 보는 맛이 있다. 동시에 묵직한 분위기를 쌓아가면서 범죄 활극의 경쾌함도 잊지 않는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형제의 강도극은 어설프고 애처로워 쓴웃음이 나온다. 무엇보다 당대 미국 사회의 어두운 지점들을 건드리는 촌철살인의 대사와 유머들이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땅을 잃어버린다는 테마는 최근 미국영화들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문제의식인데 여기에 인종 문제, 은행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횡포, 가족의 해체와 기반의 상실 등 당대 미국 사회의 두려움과 그림자가 총체적으로 녹아 있다. 핵심은 이와 같은 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캐릭터들의 감정 묘사인데 이를 공간의 미장센으로 녹여냈다는 점에서 서부극의 본질을 붙잡고 있다. 크리스 파인과 벤 포스터의 연기도 안정적이지만 제프 브리지스의 존재감은 피곤하고 지친 미국인의 초상을 완벽하게 채워넣는다. 21세기에 걸맞게 재현된 서부극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