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의 멋 <쿠보와 전설의 악기>
2016-11-02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쿠보(아트 파킨슨)는 마을에서 알아주는 재담꾼이다. 서슬 퍼런 달왕에 용감히 맞선 한조 장군의 무용담이 쿠보의 주된 이야깃거리다. 빤한 이야기에도 사람들이 매번 빠져드는 이유는 만담과 함께 눈앞에 펼쳐지는 마법 같은 광경 때문이다. 쿠보가 악기를 켜면 형형색색의 종이들이 이야기 속 캐릭터 인형으로 변해 쿠보의 뜻대로 장면들을 재현한다. 하지만 인형극의 결말까지 목격한 이는 아무도 없다. 결말에 다다르면 꼭 해가 지기 때문이다. 쿠보는 그의 목숨을 노리는 어둠의 세력 때문에 해진 후 바깥세상을 구경한 적이 없다. 어느 날, 쿠보는 집에 돌아갈 시간을 놓치고 만다.

<박스트롤> <코렐라인: 비밀의 문> 등 개성 강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작품들의 명가 라이카 스튜디오의 신작이다.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은 프레임마다 촬영 대상의 움직임에 미세한 변화를 주며 촬영한 다음 그 이미지들을 연속적으로 재생하는 방식이다. 이 작품 역시 같은 부류에 속한다. 모션 캡처에 기반한 3D애니메이션들과는 확연히 다른 멋이 <쿠보와 전설의 악기>의 개성이다. 폭풍우에 흩날리는 머리칼이나 달빛을 받은 바다의 표면을 묘사한 장면에서는 스톱모션만의 거친 질감이 느껴지고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그리고 찍어낸 캐릭터들의 풍부한 표정 변화는 CG로 빚은 듯 섬세하다. 고대 일본 문화의 레퍼런스들이 가득한 것도 그렇고 충효를 강조하는 메시지 등 동양적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어린 소년의 모험담과 성장담이 전개되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이 녹아 있는 조력자 캐릭터들과 다채롭게 설정된 단계별 퀘스트들이 흥미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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