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겨도 죽고, 져도 죽는 운명의 경기 <스퀴즈>
2016-11-09
글 : 윤혜지

오기(제레미 섬터)는 골프에 특출난 재능을 가졌으나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가족을 보호해야 하고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기에 US오픈에서의 데뷔는 그저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오기의 재주를 눈여겨보게 된 전문 도박사 리버보트(크리스토퍼 맥도널드)는 오기에게 내기 골프 선수로 일할 것을 권한다. 정직한 방법으로 데뷔하고자 했던 오기는 집안 형편 때문에 마지못해 내기 골프에 참여한다. 재능과 배짱으로 내기 골프계에서도 승승장구하던 오기와 리버보트는 라스베이거스의 큰손 지미 다이아몬드(마이클 누리)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지미 다이아몬드는 오기와 리버보트에게 100만달러가 걸린 큰 게임을 제안한다. 오기는 지미 다이아몬드와 리버보트 사이에서 이겨도 죽고, 져도 죽게 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거액의 판돈이 걸린 도박을 다룬 영화치고 <스퀴즈>는 상당히 심심하다. 때때로 영화는 케이퍼 무비와 스포츠 드라마 사이에서 방황한다. 골프선수 키이스 플랫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나 지나치게 안일한 각색으로 인해 리얼리티와 드라마 모두 제대로 붙잡지 못한 탓이다. 오기는 주인공이면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고, 게임 장면은 급격히 긴장감이 떨어지며 전문 도박사 리버보트와 지미 다이아몬드는 첫 등장 때의 위압감이 무색하게 싱거운 파멸을 맞이한다. <스퀴즈>로 장편 극영화 연출 데뷔한 테리 재스트로는 20여년간 <ABC>의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 프로듀서로 근무한 바 있다. 스포츠와 스포츠영화의 리듬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듯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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