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남자도 전쟁도 세상도 모두 그녀들에게 달려있다!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
2016-11-16
글 : 이주현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시카고 트리뷴> 소속 종군기자로 활약한 킴 베이커는 전장에서 보낸 날들을 기록해 2011년 회고록 <탈레반 셔플: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보낸 낯선 날들>을 펴낸다. 종군기자로서의 좌충우돌 고생담과 생생한 전장의 기록이 담긴 이 책을 티나 페이는 영화화하기로 한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이다. 뉴스국의 프로듀서 킴(티나 페이)은 아프가니스탄 현장에 기자로 차출된다. “전장에서 죽어도 소송 걸 가족이 없어서” 이틀 만에 종군기자가 됐다고 자조하는 킴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도착해 정신없이 현지에 적응해나간다. 종군기자로 이미 이름을 떨치고 있는 타사 기자 타냐(마고 로비)와 사진기자 이안(마틴 프리먼) 등이 킴의 카불 생활을 함께한다. 히잡 없이는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없는 아랍에서 킴은 서서히 기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총알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특종 경쟁은 심화된다.

영화의 제목은 직역으로는 풀이되지 않는다.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은 알파(A), 브라보(B), 찰리(C), 델타(D)로 이어지는 NATO의 음성문자인 포네틱코드 중 하나씩을 가져온 것이다. 각 단어의 앞 글자를 따면 ‘WTF’가 된다. WTF는 알다시피 ‘What The Fuc*’의 줄임말이다. 이 영화의 재미는 빌어먹을 상황에 부딪히면서 차츰 변화해가는 킴의 캐릭터를 따라가는 데서 발생한다. 카메라 뒤에서 앵커 멘트를 써주고 러닝머신 위에서 제자리 달리기만 하던 킴은 카불에 도착한 뒤 제대로 현실의 땅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터번을 씌우면 미남이 되겠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잊혀진 전쟁의 한가운데서 잊혀진 기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금기를 깨고 한계를 돌파해가는 킴의 모습이 괜히 뭉클하다. 누구보다 캐릭터와 작품을 잘 이해하고 있는 티나 페이의 연기와, 술과 여자를 밝히는 한량 캐릭터로 변신한 마틴 프리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포커스>(2015),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2011) 등을 만든 글렌 피카라, 존 레쿼 감독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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