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욕망의 거리에서 사랑을 만나다! <워킹 스트리트>
2016-11-16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권투 선수를 꿈꾸는 태성(백성현)과 날건달 태기(이시강) 형제는 클럽에서 시비에 휘말려 한 남자를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팬 뒤 타이로 도피한다. 태성은 틈틈이 복싱을 하면서 일을 찾지만, 언어장애를 앓고 있는 통에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이 머물게 된 도시 어귀에는 제나(이송이)와 그녀의 엄마(유지수)가 살고 있다. 제나는 성매매를 강요하는 엄마의 감시 아래 관광객을 상대로 원치 않는 성접대를 하며 지낸다. 우연히 서로 스치게 된 태성과 제나는 말 없이 호감을 느낀다. 이 사실을 모른 태기 역시 제나에게 관심을 갖는다. 어느 날 제나가 태기의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나고, 태성이 이를 묵인하면서 세 사람 사이에 갈등의 싹이 움튼다.

<아버지는 개다> <엄마는 창녀다> <나는 쓰레기다> 등 센세이셔널한 가족 3부작을 완성한 이상우 감독은 최근 <비상구> <스피드> 등 청춘물을 내놓은 바 있다. <워킹 스트리트> 역시 크게는 이상우 감독표 청춘물의 자리에 놓인다. 그러나 이 영화가 오늘날의 청춘을 대변한다 말하긴 힘들 것 같다. <트로피컬 마닐라> <지옥화>의 필리핀에 이어 타이가 떠밀린 청춘의 마지막 도피처로 등장하는데 이 공간은 이국적이기보다는 차라리 과거 회귀적이다. 인물들의 관계 구성과 이들이 처한 상황이 전형적이라는 것도 영화가 청춘에 대한 회고조를 띤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이상우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자극 요소는 덜한 편이지만, 제나에 대한 성적 학대의 재현 등 몇몇 장면은 여전히 불편함을 유발한다. 그러나 어딘가 회고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이런 불편함을 희석하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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