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돌아온다. 11월13일 일본 <NHK>에서 방영된 스페셜 다큐멘터리 <끝나지 않은 사람, 미야자키 하야오>에서 미야자키 감독은 새로운 장편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현재 지브리 뮤지엄을 위해 작업 중인 단편애니메이션 <애벌레 보로>를 장편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애벌레 보로>는 “너무 작아서 사람 손으로도 으깨질 수 있는 털 많은 벌레 이야기”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처음으로 CG를 활용해 제작 중인 단편애니메이션이다. 2013년 은퇴를 선언한 이후 약 700일에 걸쳐 <애벌레 보로> 작업에 매달려온 미야자키 감독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에게 “아무것도 안 하고 죽는 것보다 하고 있는 도중에 죽는 게 낫다”는 말을 건네며 장편애니메이션 작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986년 <천공의 성 라퓨타>를 연출하고 처음 은퇴를 선언한 이후 그간 5차례 이상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1997년 <모노노케 히메>를 연출한 뒤 더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며 은퇴를 선언했던 그는 지브리에 위기가 닥치자 다시 복귀해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들어 히트시키기도 했다. 일각에선 2013년 <바람이 분다> 이후 은퇴 선언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방향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기 위한 숨고르기가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철저하게 수작업을 고수해온 지브리가 새롭게 CG애니메이션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최근 지브리는 프랑스의 배급사 와일드 번치와 손잡고 미카엘 두독 데 비트 감독의 <붉은 거북>을 공동 제작했다. <붉은 거북>은 미카엘 두독 데 비트의 첫 장편이자 CG애니메이션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폴리곤 픽처스와 손잡고 TV애니메이션 <산적의 딸 로냐>를 풀CG로 제작하기도 했다. 아날로그를 벗어나려는 지브리의 변화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으로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