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죽지 않는 삶, 영생은 삶이 유한한 인간들의 오랜 꿈이다. 그런데 현실이 이토록 끔찍하다면 어떨까. 평범한 스릴러에서 출발해보자. 한 여자가 복면 쓴 괴한 셋에게 옥상으로 끌려온다. 한눈에 봐도 위험한 상황. 카메라를 들고 옥상에 올라갔다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한 도로 건너편 남자(이주원)는 이를 촬영한 다음, 급한 대로 옥상에서 아래편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한다. 이때 낸 소리 때문에 남자는 괴한들에게 발각되어 위험에 처한다. 남자는 다급하게 자신의 방으로 피신한다. 영화는 이 모든 순간을 컷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보여주므로 긴장감은 배가된다. 곧 남자의 집 앞에 당도한 괴한은 문을 쿵 두드린 데 이어 창문을 통해 인기척을 확인한 뒤 사라진다. 그사이 남자는 창문 바로 아래 몸을 숨긴다.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할 무렵 남자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잠깐의 숨 막히는 침묵 뒤 괴한들이 창문을 깨부수고 들이닥친다. 가장 먼저 카메라를 처리한 괴한은 남자의 머리를 망치로 내려친다. 비로소 암전. 다음 컷에서 남자는 어느 정자에서 알몸으로 깨어난다.
남자가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나는 방법은 죽는 것뿐인데, 깨고 나면 현실 말고 더욱 끔찍한 악몽이 기다리고 있다. 그사이 선량한 피해자 혹은 사건 바깥의 관찰자처럼 보였던 남자가 사건의 연루자, 장본인 혹은 이 모든 비주얼을 가능케 한 조물주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박홍민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인 이 영화는 전작 <물고기>(2011)와 서사적 연관성을 지닌다. <물고기>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굿을 통해 연결되었다면 이번에는 영화를 찍는다는 행위가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보는 프레임의 자리에 놓인다.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몇 차례 밝힌 바 있듯이, 영화는 남자를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설정하고 사건 안팎을 비추는 자기 반영적 거울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자기고백에 머물지 않고, 본다는 것을 통해 연결된 타자와 나의 경계를 묻는 데까지 나아간다. <혼자>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물고기>에 이어 두 번째로 시민평론가상을 받았으며,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