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관객이 행간을 채울 수 있도록 - <마이 골든 데이즈> 루 루아 레콜리네
2016-11-25
글 : 송경원
사진 : 최성열

“넌 날 잊지 못해. 내겐 그런 매력이 있지. 난 특별하니까.” <마이 골든 데이즈>의 에스더의 말 한마디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빼어나게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나 자신감 넘치는 표정도 없다. 하지만 절반쯤 허공에 맺혔던 시선을 슬며시 상대방에게 건네는 순간 순식간에 화면을 장악하는 마법을 발휘한다. 이 놀라운 배우는 그것이 작품 속 에스더에게 부여된 역할인지 배우 루 루아 레콜리네가 지닌 고유의 매력인지 알 길이 없을 만큼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영화 전반을 장악한다. 에바 그린만큼 강렬하지만 훨씬 부드럽고 몽환적인 등장.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 신인배우라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랄 수밖에 없다. 11월 11일 프렌치 시네마 투어 2016을 위해 한국을 찾은 루 루아 레콜리네를 만났다. 한동안 스크린을 통해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놀라운 데뷔작이다.

=영화가 놀라운 거다. 나는 그 세계의 일부에 불과하다. (웃음) 고등학생때 연극 연출을 공부했는데 한 선생님께서 영화 오디션 소식을 알려주셨다. 친구를 따라 오디션에 갔다가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아르노 데스 플레생 감독님께 제안을 받았다. 그땐 정확한 역할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비중이 커서 놀랐다.

-원래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나.

=그랬다면 오디션에 따라가지도 않았겠지. (웃음) 배우의 길을 걷겠다는 각오는 아니고 나중의 연출을 위해 다양한 위치를 경험해보자는 쪽에 가까웠다. 지금도 그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은 먼 이야기고 배울 것도 많지만 언젠가는 연출을 해보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만들고 구성한다는 데 끌렸다. 인형놀이의 연장이라고 볼 수도 있고. 나만의 상상을 실제로 배치해 장면으로 만든다는 게 즐겁다.

-아르노 데스플레생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구체적인 연기 지도를 받았나.

=연기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감독님 때문이다.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거장이지만 어린아이 같은 면도 있다. 구체적인 연기를 요구하지 않고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열어두시는 편이다. 내 실제 성격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라 촬영장에서 자주 질문을 했는데 오히려 내 생각과 반응을 늘 궁금해하셨다. 결국 에스더는 감독님과 함께 나눈 대화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다. 방향이 잡힌 후엔 디테일한 부분, 예를 들면 말투나 손발의 위치 등을 다듬어주셨다.

-본인이 생각한 에스더는 어떤 인물인가.

=나와는 많이 다른 인물이라 굳이 이해하려 하진 않았다. 그저 몇 가지 키워드로 기억된다. 사랑과 젊음. 청춘과 첫사랑. 불안과 자존감. 장면장면에 주어진 감정에 충실했지만 내 표현이 지나치게 구체적이지 않았으면 했다. 행간을 채워넣는 것은 감독님과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데뷔작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세자르 신인여배우상 후보에도 올랐다. 화려한 데뷔라고 할 만한데.

=기쁘고 감사하다. 기회가 주어지면 당연히 여러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우연히 들어선 길이지만 할 수 있는 한 많은 걸 배우려 한다. 첫 작품에 주연이라는 사실이 부담이었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로 출연을 결심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에 감사하다. 좀전에 말했듯이 그렇다고 평생 배우로 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내 주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연출할 것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건 물론이고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싶다. 장 피에르 주네, 자비에 돌란, 미야자키 하야오, 그리고 봉준호 감독 같은. 너무 먼 이야기일까.(웃음)

영화 2015 <마이 골든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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