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포커스] ‘유쾌한 한·중·일 무비토크: 영화 <수상한 그녀>로 보는 한·중·일의 공통성과 다양성’ 행사에서 짚어본 <수상한 그녀>의 글로벌 성공 전략
2016-11-28
글 : 이화정
사진 : 오계옥
‘유쾌한 한·중·일 무비토크: 영화 <수상한 그녀>로 보는 한·중·일의 공통성과 다양성’ 행사 현장.

얼마 전 <수상한 그녀>의 미국 버전, 스페인 버전 합작영화가 2018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 발표회를 가졌다. <수상한 그녀>는 2014년 865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판 원작을 바탕으로 중국, 베트남, 일본, 타이, 인도네시아 제작까지 무려 8개국에서 제작되었으며, 자국 내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성공의 바탕에는 ‘원소스 멀티테리토리’(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이 깔려 있다. 이는 CJ E&M의 글로벌 프로젝트 전략으로, 한 가지 소스를 모티브로 해 국가별로 현지화 과정을 거쳐 개봉하는 방식이다.

마침 지난 11월19일 오후 3시 역삼동 포스코 P&S 타워에서는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과 일본국제교류센터 주최로 ‘유쾌한 한·중·일 무비토크: 영화 <수상한 그녀>로 보는 한·중·일의 공통성과 다양성’ 행사가 열렸다. 영화에 참여한 한·중·일 감독이 참여해 <수상한 그녀>가 가진 콘텐츠의 힘과 성공 전략을 짚어보는 중요한 자리였다.

원작 <수상한 그녀>의 주연배우 심은경이 참석해 <수상한 그녀>가 담고 있는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11월19일 <수상한 그녀>의 ‘유쾌한 한·중·일 무비토크: 영화 <수상한 그녀>로 보는 한·중·일의 공통성과 다양성’ 행사가 열린 역삼동 포스코 P&S 타워. 행사에 앞서 좁은 대기실은 이번 행사의 패널로 참여한 <수상한 그녀>의 원작자 황동혁 감독, 중국판 <20세여 다시 한번>의 레스티 첸 감독, 그리고 일본판을 연출한 미즈타 노부오 감독과 각국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적이는 자리였다. 특히 황동혁 감독은 차기작 <남한산성>의 크랭크인을 하루 앞두고 참석할 정도로 <수상한 그녀>의 ‘원조 감독’으로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수상한 그녀>를 기획·제작한 CJ E&M의 정태성 대표는 “내후년 즈음 한국영화 원작을 10개 언어로 만들자는 애초의 목표가 완성될 것 같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이날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를 고루 섞어가며 각국 감독들과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침 이날은 <수상한 그녀> 타이 개봉을 앞두고 프로모션 행사를 위해 출국을 앞둔 터라 그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정태성 대표는 “<수상한 그녀>의 글로벌 전략은 지난 8년간 한국영화를 해외에 소개하며 얻은 해법”이라며 “할리우드, 중국, 일본에 비해 5천만명이라는 작은 영화시장 인구를 가진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다 보니 국제화, 세계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수상한 그녀>의 기획에 착수했다고 전한다.

<수상한 그녀>는 2014년 1월22일 국내 개봉해 865만 관객을 모은 흥행작이다. 블록버스터 시즌에 개봉한 소소한 드라마, 여성 원톱 주연이 가지는 약점 등 시장에서의 장애물이 많아 보였지만 평생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을 희생한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이 20대 여성 오두리(심은경)의 젊음을 얻어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는 관객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중국 버전인 <20세여 다시 한번>은 3억6500만위안(약 640억원)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지금까지 역대 한·중 합작영화 가운데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 12월 한·베트남 합작 형태인 <내가 니 할매다> 역시 485만달러(약 55억원)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베트남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중·일 세 감독은 아시아 관객 모두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감성과 스토리의 강점이 영화를 만드는 키워드였다고 말한다. 정태성 대표가 꼽는 기록적인 합작 성공의 비결은 ‘스토리’에 있다. “한국영화가 가진 경쟁력은 스토리라 생각한다. 좋은 스토리를 각국 문화와 그 나라의 국민들이 좋아하는 배우를 기용하여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겠다는 답을 얻었다.” 한·중·일 세 감독 역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쉽고 보편적인 스토리를 영화의 강점으로 꼽는다. 황동혁 감독은 “처음에는 젊은 관객이 목표였으나, 영화관을 자주 찾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손자와 와서 즐길 수 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한다. 레스티 첸 감독 역시 “자막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간결한 것이 원작의 힘”이라고 말하며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다고 하자 어머니가 ‘내가 졸지 않을 영화를 만들라’고 하셨다”면서 영화가 가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 감성이 영화를 만드는 데 기준이 되었다고 말한다. 미즈타 노부오 감독 역시 “원작의 보편성이 이 영화의 감동을 가능하게 해줬다”는 데 동의한다. 그는 “어머니와 자식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혈연과 애정은 보편적인 정서이며 그걸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고 말한다.

<수상한 그녀>의 지속적인 합작 개발 뒤에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보다 세분화된 개념인 ‘원소스 멀티테리토리’(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이 주효하게 자리하고 있다. 하나의 원천 소스를 가지고 나라별 관객 취향을 반영해 여러 버전의 영화를 만든 뒤 각기 다른 국가에서 개봉시키는 전략으로, 하나의 원작이 8개국에서 재가공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이번이 최초 사례다. 각 감독에게는 원작의 보편적인 스토리를 토대로 각 나라의 문화권 안에서 용인되는 각각의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세부화시키는 전략이 숙제로 주어졌다. 원작의 틀을 가져오되 각국의 정서를 이해하는 작가가 온전히 새로운 영화를 기획해나가는 방식이었다. 일례로 한국, 일본의 오드리 헵번을 중국 버전에서는 등려군으로, 한국의 찜질방이 중국, 일본에서는 노숙 설정으로, 한국과 중국의 양로원이 일본의 노천탕으로 바뀌는 등 작은 차이가 각국 관객에게 손쉽게 다가갈 구실을 만들어주는 장치로 활용됐다. 황동혁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공감을 가질 만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실현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특히 아시아를 넘어 이제 서구권에서도 재가공된다니 고무적이다”라고 전한다. “중국은 다른 나라의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작업을 통해 영화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레스티 첸 감독은 “표면적으로는 아시아 국가들이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손쉽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자국 관객에게 매력을 주려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수상한 그녀> 역시 중국 시나리오작가와 원작을 중국 상황에 맞게 현지화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가령 한 자녀 정책을 펼치는 중국에서는 한국 원작에서의 두명의 손주라는 설정이 불가능해 쌍둥이로 바꾼다거나 본토와 대만의 차이에서 오는 설정에도 신경을 썼다. 앞선 두 작품의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어머니와 딸의 관계로 새롭게 구축한 미즈타 노부오 감독 역시 “모녀 관계는 일본 현재의 현상을 반영해서 나온 설정이다. 일본 도시에서의 삶을 보면 삼대가 동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이혼 후 싱글맘이 되는 경우도 많다. 모녀가 감정을 교류하는 클라이맥스 신이 여성 관객에게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고 스토리의 현지화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흘러간 대중가요라는 복고적 정서의 활용이 준 강점과 더불어 아시아영화에서 취약한 장르인 판타지 장르의 활용, 여성 주연배우가 가진 시장에서의 약점을 극복한 지점 등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오갔다. 황동혁 감독은 “당시 아역배우로 이미지가 굳혀진 심은경이 영화를 이끌어간다고 할 때 주변의 우려가 상당히 컸다”며 한국은 여전히 여배우 원톱 영화의 제작이 힘든 상황”이라며 “다양한 영화가 제작될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제도나 지원들이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원작 <수상한 그녀>의 일등공신인 배우 심은경이 특별히 1부 행사에 참석해 세 감독과 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심은경은 “70대 할머니부터 20대 젊은 여성까지 폭넓은 연기를 소화해야 했고, 사투리부터 노래까지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그런 도전과제를 통해 한층 더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수상한 그녀>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작품이다”라며 영화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동혁 감독은 “영화가 만들어진 몇년 후까지 이런 행사에 올 수 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원작보다 더 재밌는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더러 듣는데,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는 위기감을 느낀다”며 원작의 감독다운 마무리 멘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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