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승자가 존재하지 않는 싸움 <두 남자>
2016-11-30
글 : 이주현

가출 청소년 진일(최민호)은 여자친구 가영(정다은), 봉길(이유진), 민경(백수민)과 가출팸을 이뤄 장물 판매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추운 겨울 거리에서 숙박하는 게 싫었던 가영은 숙박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건 사기를 치기로 하고 모텔에서 형석(마동석)을 만난다. 진일과 친구들은 우여곡절 끝에 형석의 외제차를 훔치지만 이내 덜미가 잡힌다. 미성년자들을 도우미로 고용해 노래방을 운영 중인 사장 형석은 도둑맞은 찻값을 받아내기 위해 가영을 노래방 도우미로 붙잡아둔다. 의리파이자 순정파인 진일은 가영을 빼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돈을 마련해 형석에게 빚진 돈을 갚아나간다. 한편 가출 청소년들에게 성매매 및 마약 운반 등을 시키며 괴롭히던 성훈(김재영)은 과거 자신의 밑에 있었던 가영과 진일을 끈질기게 뒤쫓는다.

<두 남자>는 진일과 형석 그리고 제3의 인물인 성훈의 대립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인물들의 서사를 엮어낸다. 악조건 속에서 최선을 궁리하나 계속해서 악수를 두는 진일이 있고, 그 악수를 노련하게 받아치는 형석이 있고, 두 남자 사이에서 종잡을 수 없이 폭주하는 성훈이 있다. 삼자의 대결 구도가 팽팽하게 힘의 균형을 맞춰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 템포를 늦추는 플래시백이나 구구절절한 캐릭터 설명 없이 힘 있게 사건을 전개시킨다. 진일과 형석과 성훈의 싸움은 세대간의 싸움, 계급간의 싸움으로도 번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싸움에 진정한 승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캐릭터 또한 악과 차악의 경계를 오갈 뿐 선(善)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살기 위해 악행을 밥 먹듯 저지르는 인물들의 폭력적 세계를 다루는 데 있어서 <두 남자> 역시 여성 캐릭터를 무력한 존재,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다뤄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내내 단단한 바윗덩이 같은 존재감으로 평범한 악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동석과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최민호의 몸사리지 않는 연기는 영화에 큰 힘을 보탠다. 김재영, 정다은, 이유진 등 신인배우들 또한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단편 <십분간 휴식>(2007)으로 제6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이성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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