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사는 것이 밝은 미래를 위한 일일까 <캡틴 판타스틱>
2016-11-30
글 : 김성훈

언어학자 놈 촘스키는 저서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에서 “학교는 비판적인 학생을 길러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비고 모르텐슨)이 6명의 자식들을 데리고 숲속에 들어가 홈스쿨링을 하는 것도 학교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는 데 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벤은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대신 놈 촘스키의 날을 기념한다. ‘음식 해방’의 일환으로 마트에서 음식들을 훔치거나 숲속에서 사슴을 사냥하며 끼니를 해결한다. <롤리타>를 읽은 딸 키엘라(사만다 이슬러)에게 소설이 어땠는지, 8살짜리 딸 자자(슈리 크룩스)에게 권리장전이 무엇인지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라고 한다. 자연에서 삶을 배우고, 책을 통해 비판적인 사고를 키우는 그들이다. 어느 날 벤과 아이들은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숲 밖으로 나선다.

<캡틴 판타스틱>은 벤과 아이들이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벤의 아이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역사, 철학, 언어 등 다양한 학문에 능통하다. 하지만 벤의 여동생 하퍼(캐서린 한)나 벤의 장인, 장모에게 아이들은 이상하게 비칠 뿐이다. 하퍼는 벤에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더 넓은 세상에 눈뜨게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벤과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충분히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사는 것이 밝은 미래를 위한 일일까. 올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감독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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