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화를 낡아 보이게 하는 지나친 우연의 서사 <북 오브 러브>
2016-11-30
글 : 윤혜지

마카오 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하는 지아오(탕웨이)는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쉴 틈 없이 일만 하며 산다. 그나마 살던 집에서도 쫓겨난 지아오는 지인의 집에 얹혀살기 시작한다. 그 집에서 잠이 든 첫날, 침대에 놓인 책 <채링크로스 84번지>에 등이 배긴 지아오는 책을 버릴 심산으로 실제 런던의 채링크로스 84번지로 책을 보낸다. 한편 다니엘(오수파)은 LA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카페에서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읽다 봉변을 당하자 화가 나 책을 런던의 채링크로스 84번지로 발송한다. 이상하게도 책은 서로 뒤바뀌어 지아오와 다니엘에게 되돌아온다.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편지를 주고받는다.

소설 <채링크로스 84번지>의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북 오브 러브>의 면면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여러 콘텐츠의 그림자로 가득하다. 지아오의 생활을 보여주는 초입부는 <21>(2008) 등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할리우드영화에 빚지고 있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남녀가 편지로 사랑을 쌓는다는 전개는 <러브레터>(1995), <시월애>(2000), <레이크 하우스>(2006)를 닮았다. 지아오와 다니엘, 지아오와 덩 선생의 관계는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연상케도 한다. 다만 전개 방식이 참신하지 않기에 그 익숙함이 치명적인 단점이 됐다. 지아오와 다니엘의 생활을 보여주는 부분은 무거운 이야기를 너무 많이 엮은 탓에 산만하다는 인상을 주며, 지나칠 정도로 우연에 기대는 서사도 영화를 낡아 보이게 만든다. 지아오의 어린 시절은 <카페6>의 안탁령이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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