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개인의 사소한 가족사와 거대한 역사를 조합한 대하드라마 <사랑: 세 도시 이야기>
2016-11-30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사랑: 세 도시 이야기>는 개인의 사소한 가족사와 거대한 역사를 조합한 대하드라마다. 과부 유에롱(탕웨이)은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위험한 밀수업에 손을 댔다가 단속반원 다오롱(유청운)을 만나게 된다. 병으로 아내를 잃은 유청운은 이후 유에롱과 운명적으로 재회하고, 둘은 서로에게 깊은 인연을 느낀다. 국민당 밀정이던 다오롱은 암살의 위험을 피해 달아나다 부상을 입고 인텔리 출신 고물장수 아화(정백연)의 도움을 받는다. 홍콩으로 간 다오롱은 그곳에서 유에롱과의 재회를 기다린다. 이후 재회한 다오롱과 유에롱은 대륙에 두고 온 자식들과 38년 후 냉전이 종식되고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홍콩에서 1954년에 낳은 아이 이름은 홍콩 출생이라는 의미의 항생(港生)이다. 이 항생은 이후 배우 성룡이 된다. <사랑: 세 도시 이야기>는 성룡의 실제 가족사에서 출발한 영화다. 멜로드라마적 과잉이 없지 않지만 영화는 거친 시대를 살아갔던 익명의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여 시대를 묵묵히 증언하는 데 일관한다. 성룡에 대한 헌사의 영화가 아니라 신산한 삶을 살아온 근대 중국인들에 대한 헌사의 영화라는 말이다. 상하이와 홍콩을 배경으로 태평양전쟁의 참상이, 국민당 밀정인 다오롱과 공산당 비밀요원 아화의 우정을 통해 치열했던 국공내전의 모순이 드러난다. 감독은 <가을날의 동화> <송가황조>를 연출했던 홍콩의 거장 메이블 청이다. 그녀는 2003년 중일전쟁에서부터 문화혁명까지 중국 대륙과 홍콩에 흩어져 살아왔던 성룡의 가족사에 대한 다큐 <용의 흔적: 성룡과 그의 잊혀진 가족>(2003)을 만든 바 있다. <사랑: 세 도시 이야기>는 이 다큐의 극영화 버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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