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반항기 가득한 최고의 로큰롤 스타 <엘비스와 대통령>
2016-11-30
글 : 정지혜 (객원기자)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와 워터게이트 사건의 핵인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비밀리에 만났다. 실제 1970년 12월21일에 있었던 일이다. 이 만남은 한장의 사진으로 남고 영화는 이 사진에 상상력을 덧붙였다. 엘비스(마이클 섀넌)는 닉슨 대통령(케빈 스페이시)을 만나 무보직 연방요원이 되게 해달라고 청할 생각이다. 그는 이미 여러 개의 보안관 배지가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언더커버 연방요원이 돼 1960, 70년대 미국에 침투한 공산주의 지하조직을 색출하려 한다. 비틀스, 롤링스톤스, 그래이트풀 데드 등. 엘비스가 아는 문화계의 문제적 조직들만 해도 수두룩하다. 닉슨은 엘비스가 청년층과 중·장년층,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걸 알고 미래의 표를 생각해 그와 만나기로 한다. 닉슨은 미국 내 좌파 척결을 위해, 엘비스는 조국을 존경하는 마음이 사라진 젊은이들을 걱정하며 비밀 거래를 한다.

<엘비스와 대통령>은 당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불어닥친 매카시즘과 히피 문화에 대한 반기를 또 한번 비틀려는 시도로 보인다. 반항기 가득한 최고의 로큰롤 스타가 최고 권력 실세에게 제안한 거래라는 것 자체가 어딘가 우스꽝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자의 결과는 성공적이지 않아 보인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엘비스와 대통령이 만나기까지의 소동에 할애됐다. 둘의 만남 이후에는 뭔가 더 비틀 거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몇줄의 자막으로 역사적 사실만 나열하고 만다. 전성기를 보낸 엘비스인 만큼 인생에 대한 회한의 넋두리가 이어지나 코믹극과의 온도 차로 그것 역시 겉돈다. <리턴>에 이은 리자 존슨 감독과 마이클 섀넌의 두 번째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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