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천사표 아가씨가 폭발할 때, <울랄라 씨스터즈> 김현수
2002-04-03
글 : 위정훈
사진 : 오계옥

위기에 빠진 라라클럽을 구하기 위해 네명의 여인이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 <울랄라 씨스터즈> 4인방 가운데 막내인 경애는 고운 얼굴, 고운 마음의 ‘고전적’인 아가씨다. 나이트클럽의 왕언니 은자, 터프걸 둘째 미옥, 음치면서 가수지망생인 셋째 혜영은 ‘말발’로 열 사내 당해낼 여장부들이지만, 경애는 70년대풍의 얌전하고 고지식한 캐릭터. 몸이 편찮으신 엄마와 아빠를 부양하는 ‘천사표’지만,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니”라고 나무라는 웨이터에게 “소주, 참이슬”이라고 답하기도 하는 맹한 아가씨다.

김현수를 경애로 낙점한 건 ‘미숙 언니’였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1년 정도 연기와 떨어져 지냈다가 복귀할 무렵 <울랄라 씨스터즈> 오디션을 봤다. “풍기는 이미지를 보고 골랐대요” 하면서 수선화 같은 미소를 한번 날려보낸다. 늘 한 박자 늦는 경애가 처음엔 싫었지만 나중엔 욕심이 났고, “더 멍청하게 해달라”고 감독에게 주문하기도 했다고.

<울랄라 씨스터즈>는 춤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영화. 하지만 7가지 춤이야기를 꺼내자 고래를 절레절레 흔든다. “춤은 다 싫어요. 넷 중에 제일 못 추기도 하지만. 연습을 너무 해서 음악만 나오면 저절로 팔뻗고 다리 올라가고… 다시 추라면 너무 싫을 것 같아요.” 추운 겨울에 추운 세트장에서 얇은 의상을 걸치고 촬영을 했으니 달갑지 않은 감기을 돌아가며 맞이한 것은 당연한 일. 넷이서 번갈아가며 감기를 앓았고, 링거를 맞아가며 춤추었지만, 그 모든 일이 이젠 기꺼운 추억이 됐다.

늘 얌전하던 경애가 긴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장면을 ‘경애의 명장면’으로 추천한다. “그거 하고 박수받았어요. 대사가 1장짜리였고, 강도 높은 욕도 하는 신인데, 연습 많이 했어요.” 리허설 때 너무 잘한다, 잘한다 하는 바람에 들떠서 막상 촬영할 때 NG내고, “정신차려!” 한 소리듣고 OK가 났다. “저는 야단을 맞아야 잘해요. 잘한다, 잘한다, 하면 혼자 오버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활동했고, 이화여대 성악과에 진학한 음악도였지만, 방송사에 왔다가 PD 눈에 띄어 곧바로 SBS시트콤 <LA아리랑>에 투입되는 바람에 얼떨결에 연기자가 됐다. 그리고 MBC의 <아니 벌써> <하나뿐인 당신> 등에서 발랄한 신세대로 낯을 익혔다. 4월26일 개봉예정으로 후반작업중인 <울랄라 씨스터즈> 나들이를 끝낸 김현수는 다시 TV드라마로 돌아간다. KBS 일요 아침드라마 <언제나 두근두근>에서 스튜어디스가 되려는 깜찍하고 당찬 대학생을 맡은 것. 앞으로는 “발랄보다 진지”한 역할, 그리고 “청소년이 볼 만한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 같은 “지금 나이 때밖에 못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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