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터/액트리스]
[액터/액트리스] 끝을 보겠다 - <두 남자> 최민호
2016-12-06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침을 탁 뱉고, 담배를 빼물고, 몸싸움도 불사한다. <두 남자>의 진일은 가출팸의 리더다. 악덕업주 형석(마동석)에게 잡혀간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그는 거친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두 남자>는 그룹 샤이니의 햇살 같은 이미지를 걷어낸, 주연배우 최민호의 본격 연기 도전작이다. 거친 범죄 액션물에 몸을 맞추는 그는, 100%의 열정과 노력으로 진일을 소화해낸다. 순정만화 속 주인공 같은 그가 스스로 ‘만화를 찢고’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그 경계의 넘나듦이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최민호의 신고식에 응원을 더한다.

-초반부터 맞고 멍들고 피나는 연기가 많더라. <아수라>의 정우성 배우를 떠올리기도 했다.

=사실 너무 궁금했다. 내가 어떻게 그려질까. 한번 해보고 싶었다. 스크린이라는 매체가 가진 전달력과 흡인력에 나 자신을 대입해보고 싶었다. 과연 내가 <두 남자>의 진일을 표현할 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한번 해보자, 보여주자, 그런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무대 위에서 매력을 발산하는 ‘민호’의 멋진 비주얼이, 어느 장르나 역할에 흡수되어야 하는 배우 ‘최민호’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이 ‘취약점’에 대한 분석을 했을 것 같다.

=당연히 했다. 제약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도 문제지만 비주얼도 문제가 되겠구나’라는 생각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깨야 하는 지점이라 생각했다. 이번에도 이성태 감독님이 ‘얼굴을 더 망가뜨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영화가 시작하고 10분이 지나면 거의 다 분장을 해서 원래의 내 모습은 안 보인다. 연기뿐만 아니로 본래의 내 이미지를 최대한 지우려 노력했다. 평상시에 자주 짓는 표정을 배제하고, 감정적인 것도 내가 표현하지 않는 것들을 익히려고 했다.

-피우지 않던 담배와 평소 쓰지 않던 욕설과 액션을 몸에 배게 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처음엔 감독님께 담배를 안 피우겠다고 말씀드렸다. 안 피우던 걸 단시간에 하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대본을 읽고 이런 유의 영화를 보다보니 해야 될 거 같더라. 진일을 설명하는 데 담배가 중요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하는 친한 형님께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담배를 피우려면 최소 한달이 걸리고, 자연스럽게 익히려면 석달은 걸린다고 하더라. 그길로 바로 편의점에 가서 ‘담배 하나 주세요’ 하고 사서 피웠다. 담배 피우기 이후에는 욕설에 도전했다. 평소 하기 힘드니 혼자 있을 때 대본 보면서 많이 했다. (웃음)

-샤이니로 데뷔한 뒤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 지도를 따로 받은 것은 소속사에 들어와서겠다.

=가수로 데뷔하고 나서 이후에 연기 레슨을 받았다. 연기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그룹 스케줄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씩 사라지더라. 19살 때부터 시작했는데, 레슨을 통해 연기를 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많이 푼 셈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그때부터 연기에 맛을 들였다. 딱히 연기의 기술을 배운다기보다는 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이 작품의 캐릭터는 어떤가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고 선생님의 조언을 구했다. 그때부터 연기에 대한 고민의 시간도 시작됐다.

-마음이 더 가는 장르나 캐릭터, 배우들도 그즈음 생겼을 것 같다.

=직접 해보고 싶은 장르는 누아르였다. 남자의 로망 같은 거 아닌가. 총 쏘고 멋진 대사하는 홍콩 누아르영화에 혹했다. <아저씨>(2010)의 원빈을 보면 너무 멋있지 않나. 영화 보면서 괜히 액션과 대사를 따라하고 그랬다. 막연히 그런 걸 동경했던 것 같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이 더이상 연기 활동에 변명이 되지 않을 만큼, 둘을 병행하는 이들의 연기가 뛰어나고 평가도 혹독해졌다. 자칫 샤이니로 쌓아온 기대가 훼손될까 부담도 컸을 것 같다.

=<계춘할망>은 내 이미지의 연장선 중 하나였고, 꿈꿔왔던 스크린 데뷔를 하는 기회였다. 윤여정 선배님이나 또래지만 연기력을 갖춘 김고은 배우와 함께하는 만큼 역할이 크고 작고는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두 남자>는 내 이미지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놀랄 만한 변화다. 따가운 시선들이 날아올 거라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앞으로 최민호씨 연기 인생이 달라질 것 같아요”라는 칭찬의 말도 들었다. 다른 아이돌보다 조금 일찍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처음 연기한 걸 다시 보면 악평을 받아도 당연하다 싶다. 냉정하게 말해 내 연기를 돈 내고 와서 봐야할까 싶더라. 그런 평가들이 지금은 피가 되고 살이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또다시 기회를 준 감독님과 스탭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최민호’라는 이름으로 작품 선택의 순간도 더 많아졌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나.

=역시 과감함과 신중함을 함께 생각한다. 물론 회사에 조언도 많이 구한다. 내가 놀 수 있는 ‘판’이면 한번 집중해서 매달려보자는 생각으로 임한다. 과감한 성격은 아닌데, 밀어붙일 땐 끝까지 밀어붙인다. 한번 시작했으면 확실히 끝을 본다.

-12월 중순 KBS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화랑>에도 출연한다.

=<두 남자>의 진일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다. 밝고 맑은 화랑이다. 좀 바보 같다고 할까. (웃음)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말하는, 멋있다기보다 빈틈이 있어서 재밌고 호감 가는 캐릭터다. 박형식을 비롯해 또래 배우들과 함께한 청춘 사극이라 촬영 때 정말 즐기면서 했다.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궁합>은 벌써 촬영을 마쳤다.

=분량은 적은데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다. 수많은 인물 중 가장 반짝반짝 눈에 띄더라. 주인공이 (이)승기 형이고, 나는 승기 형의 동생 역할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두 남자>가 초청되어 배우로 레드카펫을 밟은 것도 올해의 사건이다.

=지금까지 정말 많은 레드카펫에 섰는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공기가 다르더라. 그 순간 주변 소리도 안들리고, 몸 세포 하나하나가 다 느껴졌다. 정말 처음으로 긴장했다. 초·중·고등학생 때 부산은 정말 엄청난 스타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설레더라. 그날 그 밤은 정말 내 인생에서 행복한 날로 표시한 하루였다.

-레드카펫에서 그렇게 떨고 있는 줄은 몰랐다. <씨네21> 부산국제영화제 데일리 표지도 장식했다. (웃음)

=그 이야기를 해야 한다. (웃음) 어릴 때 인천 집에서 서울 연습실로 갈 때 지하철을 타면 가판대에서 <씨네21>을 꼭 보게 됐다. 표지를 장식한 배우들을 보면서 정말 멋있다, 언젠가 나도, 하고 꿈을 꿨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올해, 부산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다음날 표지에 내가 나왔다고 연락이 왔었다. 친구가 앱으로 만들어서 보낸 건 줄 알았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웃음) 대표님께 “제가 왜 표지예요? 돈 쓰셨어요?” 하고 물을 정도였다. 다른 표지 모델도 해봤지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 표지는 지금도 내 책상 위에 딱 붙여져 있다.

-개봉 하루 전이다. 첫 주연의 부담감이 클 듯한데.

=마동석 형님이 해준 말 중에 가장 감사했던 게 “우리 꼭 다시 작품 같이하자. 더 좋은 거, 멋진 거, 만들어보자”는 말이었다. 형님이 정말 어렵게 얻은 것들에 내가 그냥 얹혀가는 게 아닌가 죄송했는데, 그렇게 또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씀을 해주시니 너무 기쁘더라. 그런데 정말 괜찮았나? 내 연기? 일단 얼른 작품을 또 하고 싶다. 하고 싶은 욕심도 나고, 그 누구에게 실망시키지 않을 자신도 있다. 스코어는 물론 하늘이 주시는 거지만.

<두 남자>의 옥상 액션 신

<두 남자>는 악의 축인 형석(마동석)과 그에 맞서는 진일(최민호)의 대결 구도가 영화의 한축을 이룬다. 하이라이트 장면인 용산역 옥상 신에서는 그 모든 관계의 구도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흥미롭게 전개된다. 미소년 같은 마스크에 어울리지 않는 근육질의 몸을 가졌다고 정평이 난 최민호의 ‘언밸런스함’은 이 장면에 오히려 유용하게 적용된다. 영화에서 가장 많은 액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촬영해야 했던 장면. 최민호는 거친 액션과 진한 감정을 잘 배분하며, 진일의 울분을 표현해낸다. 추운 날씨,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롱테이크 장면의 긴 호흡에 적응하기 위해 사전에 충분히 합을 맞춘 결과물이다.

영화 2016 <계춘할망> 드라마 2016 <화랑> 2015 <처음이라서> 2013 <메디컬 탑팀> 2012 <아름다운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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