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셀린느(케이트 베킨세일)는 딸 이브의 안전을 위해 외로이 도망 중이다. 뱀파이어와 라이칸(늑대인간) 양쪽의 공격을 받던 셀린느는 어느 날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마리우스(토비어스 멘지스)라는 지도자의 등장으로 단합한 라이칸들에게 위협을 느낀 뱀파이어 동부요새가 셀린느에게 사면을 대가로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마리우스가 자신의 딸 이브의 피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안 셀린느는 공동의 적에 맞서기 위해 동부요새에 합류한다.
2003년 시작된 <언더월드>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전세계 4억5천만달러 흥행 수익은 이 시리즈의 존재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준다. 14년을 이어온 시리즈지만 사실 일관성 있게 세계관을 구축한 쪽이라기보다는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무리하게 세계관을 확장해온 쪽에 가깝다. 전작으로부터 4년만에 나온 이번 영화도 처지는 비슷하다. 동부와 북부요새, 라이칸의 새로운 리더, 노르딕 뱀파이어 등 세계관을 확장했지만 그럴듯한 요소를 억지로 기워 붙인 인상이다. 1편의 경우 뱀파이어와 라이칸에 대한 나름 참신한 설정과 접근으로 흥미를 유발했지만 이번 작품에 이르면 초반에 깔아둔 설정을 거의 대부분 파괴해버린다. 그 결과 남은 건 여전사의 화려한 액션 정도인데, 그마저 개연성이 없고 조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개별 장면의 액션 완성도도 그리 높지 않다. 케이트 베킨세일만큼은 뱀파이어가 된 듯 늙지 않은 아우라를 선보이고, 여성 뱀파이어 세미라 역의 라라 펄버가 의외의 존재감을 발휘하지만 그뿐이다. 떠나갈 때를 놓친 채 시리즈가 계속될 것을 암시하는 결말이 안타까울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