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출발의 의도는 절실했지만 <커튼콜>
2016-12-07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커튼콜>은 자본의 논리에 밀린 연극계 현실을 웃기고도 슬픈 난장의 무대로 그려낸 코미디다. 왕년에 대학 연극계의 총아였던 연출자 민기(장현성)와 PD 철구(박철민)는 선정적 연극만 살아남은 공연계에서 근근이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고 있다. 삼류 에로연극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지만 경제 논리로 인해 소속 극단마저 해체 위기를 맞게 된다. 우연히 연극제 포스터를 본 민기는 젊은 날의 열정을 떠올리고 에로극단 배우들과 함께 <햄릿>을 무대에 올리기로 한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감추고 있다. 이후 영화의 대부분은 무대 위에서 <햄릿>이 라이브로 공연되는 상황으로 채워진다.

진땀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기상천외한 임기응변이 이어지는 과정이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빠른 리듬감과 박진감 있는 편집이 인상적으로, 이 작품은 올해 리옹국제영화제에서 편집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형식적 미덕 못지않게 내적 한계도 분명하다. 에로극단에서 정극 <햄릿>을 올린다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충분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예술가들의 내적 고뇌는 진부하고도 작위적인 코믹 설정 속에서 빛이 바래버렸다. 늘어놓은 사연과 수습 불가능해 보이는 사고를 꿰어맞추려다 보니 서사에 수긍하기도 전에 영화는 정신없이 흘러가버린다. 연극인들의 실존적 고민은 신파조 인정주의와 감동코드로 무뎌져버렸고, 결말에 이르면 자화자찬의 커튼콜 울림 속에서 관객은 눈물과 감동을 억지로 강요당하고 만다. 출발의 의도는 절실했지만 설정과 작위성에 매몰된 채 장르적으로도, 주제적으로도 애매한 결과로 이어진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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