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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 마쓰오카 조지 감독, 고아성 배우
2016-12-22
글 : 이주현
고아성 배우와 마쓰오카 조지 감독(왼쪽부터).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네 번째 시리즈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12월7일부터 국내 방영을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에는 배우 고아성도 출연한다. 10개 에피소드 중 ‘오므라이스’편에 출연하는 고아성은 열정적인 물리학자 아마미야(오카다 요시노리)를 도쿄의 뒷골목에 위치한 심야식당 ‘메시야’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는 한국인 유나를 연기한다. 자정에 문을 열고 아침 7시에 문을 닫는 식당 메시야의 주인장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는 이번에도 과묵하게 손님들의 인생 상담을 해준다. ‘탄멘’ ‘옛날 핫도그’ ‘돈 스테이크’ 등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의 10개 에피소드는 이번에도 담담하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낸다. 첫 번째 시리즈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심야식당>을 책임진 마쓰오카 조지 감독과 <심야식당>의 팬이었다는 고아성을 만났다.

-‘오므라이스’편의 주인공은 힘들게 사랑하는 연인들이다. 이 에피소드가 힘든 사랑을 하는 연인들에게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다고 생각하나.

=마쓰오카 조지_ ‘오므라이스’편뿐만 아니라 <심야식당>의 모든 에피소드는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 그들을 한명한명 응원하는 응원가라고 생각한다. ‘오므라이스’편은 힘들게 장거리 연애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그 사랑이 꼭 성공해야 한다고 얘기하진 않는다. 일본 인 아마미야와 한국인 유나 사이엔 문화의 차이, 언어의 차이, 거기서 비롯된 생각의 차이도 존재한다. 둘의 이야기를 남녀 문제로 국한해서 볼 수도 있지만 한명의 인간으로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

-<심야식당>은 갈등이나 슬픔을 증폭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시리즈 특유의 담담하고 맑은 정서가 있다. 고아성씨는 <심야식당>의 정서적 특징을 어떻게 이해했고 또 연기로 표현하려 했나.

=고아성_ 유나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한 것은 이 인물이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와서 힘들게 살아가는 한국 여성이지만 힘든 걸 표출하지 않는 씩씩한 여자라는 거였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지만 일부러 계산해서 슬픔과 고난을 담담하게 표현하진 않았다. 드라마를 오랫동안 봤기 때문에 시리즈의 정서가 나도 모르게 표현된 것 같다. 유나가 마스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선 ‘여기에 사람들이 오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마치 실제로 자기 고백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아성 배우의 첫 등장 신도 놀라웠다. 정말 도쿄의 뒷골목 심야식당에 있을 법한 손님처럼 앉아 있더라. 한국인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마쓰오카 조지_ 맞다, 맞다! 고아성씨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심야식당에 녹아들었다. 늘 심야식당에 들르는 손님처럼 앉아 있었다. 혹시 고아성씨의 첫 대사를 기억하나? “마스터, 계산이요.” 그 대사를 하기 전까지는 가만히 앉아서 음식만 먹는다. 첫 대사를 치기 전까지는 이 사람이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단번에 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나온 유나는 아마미야에게 우산을 빌려주면서 자신이 일하는 술집의 명함을 건넨다. 그러면 사람들은 유나가 ‘일본인이 아닌가?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인가?’ 하고 생각할 테고, 이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드라마에 더 집중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까지 속으로 했다. (웃음) 그 정도로 고아성씨의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고아성_ 그렇게 느꼈다면 나로선 실패다. (웃음)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이 돼야 좋은 연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나가 일본으로 온 지 1년이 조금 안 된 설정이어서, 열심히 일은 하고 있지만 현재의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한 인물, 일본 사회에 조금은 위화감도 느끼는 인물일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런데 일본인처럼 보였다니…. (웃음)

-20분 안에 인물들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깔끔하게 담아내는 연출 비결은 뭔가.

마쓰오카 조지_ 그렇게 생각해주니 감사하다. (웃음) 20분은 짧다면 정말 짧은 시간이다. 영화를 만들 때와 달리 <심야식당>을 만들 땐 늘 단편소설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한다. 캐릭터의 인생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깎아낼 건 깎아내고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만 살리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배우들이 중요하다. 고아성씨도 그렇고 마스터인 고바야시 가오루도 그렇고, 내가 굳이 캐릭터의 인생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훌륭하게 캐릭터를 표현해준다. 그러지 못하는 배우가 <심야식당>에 캐스팅되면 큰일난다. 배우 또한 괜히 이 작품에 들어왔구나 후회하게 된다. (웃음) 시즌이 계속되면서 드라마에 고정으로 나오는 레귤러 출연진들도 늘어났다. 그들은 연극배우 출신들이다. 연극으로 착실히 실력을 다져온 배우들 덕에 척하면 척하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 같다.

-사람들이 심야식당 ‘메시야’를 도쿄에 가면 찾아갈 수 있는 식당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식당과 식당이 위치한 골목까지, 매번 세트의 정교함에 놀란다. 7년이 흐르는 동안 메시야의 인테리어 또한 변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마쓰오카 조지_ 조금씩 변화가 있다. 시즌1과 시즌2 때는 지금과 간장통이 달랐다. (웃음) 시즌3부터는 계산대도 보강됐다. 이번 시즌에선 점포가 조금 넓어졌다. 고아성씨가 앉아서 식사하고 있을 때 뒤쪽으로 다른 손님이 지나가는 장면 기억나나? 다른 손님이 자연스럽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됐다. 전엔 가게가 좁아서 그렇게 지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메시야 앞 골목길이 곡선에서 직선으로 바뀌었다.

-‘오므라이스’편에선 한국 로케이션도 진행했다. 유나와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이 등장하는데, 일본의 메시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평범한 일반 음식점이다.

마쓰오카 조지_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서울의 식당을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다. 그때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가게들이 생각났다. 뻔한듯 보이지만 뻔하지 않은 그런 장소. 물론 홍상수 감독에게 추천받은 건 아니고 (웃음) 나도 그런 곳을 찾아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에 온 첫날 북촌에서 내가 원하던 가게를 발견했다. 식당 바로 앞 건물에 볼링장이 있었고 그곳 1층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왔는데 그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그길로 식당에 양해를 구하고 섭외를 했다. 식당으로 향하는 북촌의 언덕길도 마음에 들었다. 20분짜리 단편 드라마에서 해외 로케이션을 시도하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도 ‘설마 실제 서울 로케이션까지? 에이, 도쿄에서 이야기가 끝나겠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진짜 서울의 모습, 그 리얼리티를 느꼈으면 했다.

-소중한 누군가에게 음식을 만들어준다면 어떤 음식을 대접하고 싶나.

고아성_ <심야식당>을 찍으면서 일본식 오므라이스 만드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 그래서 일본식 오므라이스를 만들 것 같다.

마쓰오카 조지_ 크림 스튜. 마지막에 파슬리를 뿌리는 게 중요하다. 파슬리 뿌리는 걸 잊어버리고 크림 스튜를 내놨을 때 엄청 자괴감이 든다. 내가 왜 파슬리를 빼먹었을까, 하고. (웃음)

-드라마와 영화까지 오랜 시간 <심야식당>을 만들어오고 있다. 고아성씨 역시 <심야식당>의 팬인데, 이 작품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계속 보게 되고 제작하게 되는 걸까.

마쓰오카 조지_ 7년 동안 <심야식당>과 함께했는데, 매 순간 행복했다. 지금도 한국에 와서 이렇게 <심야식당>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게 신기하다. 메시야에는 마스터가 있고 단골 손님이 있다. 어느덧 메시야는손님들이 고해성사하는 장소가 돼버렸다. 그 공간이 주는 친밀함, 관용의 분위기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고아성_ <심야식당>은 글로벌 프로젝트가 아니다. 캐릭터도, 음식도 굉장히 일본적이다. 내게는 일본 고유의 지점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보다보면 또 깊이 공감하게 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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