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라디오,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톱스타 김정은(26)이 이번엔 스크린 공략에 나섰다. <쉬리> <친구>등 한국 영화 30여 편을 응용한 `한국 최초의 패러디 영화` <재밌는 영화>에서 일본에서 보낸 전문 킬러 `하나코`역을 맡아 코믹연기를 펼친 것. 전체 줄거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저지하려는 일본의 극우 세력과한국 비밀 요원간 대결로, <쉬리>에서 기본 틀을 빌려 왔다. 말하자면 김정은 <쉬리>의 여전사 역인데, <엽기적인 그녀> <거짓말>등의 주인공으로 시시각각 캐릭터가 바뀐다. 장면 하나. 지하철 안에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던 김정은이 속에서 올라온 토사물을 참다가 급기야 종이컵에 `액체'만 토해내고 건더기는 꾸역꾸역 삼킨다. `<엽기적인 그녀>를 패러디 했구나'라고 알아 차릴 때 갑자기 김정은이 건더기가 목에 걸린 듯 가슴을 치면서 컵 속의 액체를 훌쩍 들이마시고는 입맛을 `쩝'다신다. <엽기…>보다 한 수 위였다. "오물을 직접 보이지 않으면서 더 더럽고 또 재밌게 보이기 위해" 김정은이 직접 짜낸 아이디어다.
"이 영화는 피도 많이 흘리고, 총도 많이 쏘지만 죽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될 수 있으면 밝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했지요" 코믹연기가 그녀의 장기지만 김정은은 이번 작품에서 `망가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몸을 사리지 않았다. <거짓말>의 여주인공처럼 `민망한 자세'로 엎드려 엉덩이에 채찍을 맞는가하면 객석을 향해 총을 겨누며 "대가리 박아"를 외치기도 한다. 장규성 감독은 시나리오를 본 뒤 김정은을 곧바로 떠올렸다고 한다. "원작의 분위기를 내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는 판단에서였다. "코믹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아요. 어차피 처음부터 주연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앞으로 다양한 역할을 맡다보면 제 스타일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98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정은 `바꾸지마, 다쳐'라는 광고 카피로뜬 뒤 TV드라마와 사극 등 갖가지 장르를 오가며 연기 실력을 발휘해 왔다. 올 정초에는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대히트 치면서 일약 톱스타로 떠올랐지만 느닷없이 `마약설'에 휘말려 하룻밤 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영화를 해 보니까 왜 배우들이 영화쪽으로 가면 다시 안 돌아 오는지 이해가 되더라구요. 감동이 몇 배는 더 큰 것 같아요. 그렇지만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앞으로 영화나 TV 가리지않고 출연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