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집고양이 루돌프(김율)는 어느 날 주인을 따라 집 밖을 나섰다가 길을 잃는다. 도둑고양이로 오해를 사 허겁지겁 도망치다 트럭에 올라탄 루돌프는 멀리 떨어진 동네에 떨어지고 그곳에서 길고양이 많이있어(신용우)를 만난다. 글을 읽을 줄 아는 교양 있는 고양이 많이있어는 동네를 주름잡는 골목대장이다. 많이있어의 도움으로 낯선 환경에 조금씩 적응해가던 루돌프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고 긴 모험을 떠날 준비를 한다.
<루돌프와 많이있어>는 사이토 히로시의 아동문학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 등을 수상한 작품답게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길고양이들의 모험을 그렸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풀 CG로 제작되었는데, 고양이의 입체적인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살려낸 것은 물론 캐릭터 특유의 과장되고 귀여운 디자인도 놓치지 않는다. ‘어쨌든 고양이는 귀엽게’를 모토로 구현된 의인화된 연기와 길고양이의 행동양식을 반영한 디테일한 표현들은 ‘냥덕’들의 심장을 저격할 만하다.
무엇보다 아동문학이 원작이지만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깊이 있는 스토리가 강점이다. 많이있어가 일깨우는 교양의 의미, 길고양이의 법칙 등은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태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기본적으로 아동을 타깃으로 한 만큼 성인 관객이 완전히 몰입하기엔 다소 헐거운 구석도 있지만 동심과 교훈의 적절한 균형을 맞춘 이야기는 잊고 있던 순수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애묘인이라면 당연히 만족할 것이고 아직 그 매력을 깨닫지 못한 이들도 새삼 고양이의 귀여움에 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