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랑에 빠진 순간, 모든 것은 판타지가 된다! <사랑은 부엉부엉>
2016-12-28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비난보다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로키(람지 베디아)는 회사에서도, 사는 동네에서도 좀처럼 타인의 눈길을 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카페에서 그의 주문은 뒤로 밀리기 일쑤고, 직장 동료들은 로키의 의견을 가볍게 묵살한다. 어느날, 로키의 집에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든다. 귀한 동물이 집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길조로 여긴 로키는 부엉이를 키우기로 한다. 부엉이 얘길 할 때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아예 부엉이탈을 쓰고 생활한다. 공교롭게도 얼마 후 로키는 회사에서 승진한다. 게다가 자신처럼 판다탈을 쓰고 다니는 운명의 여성을 만나 조금씩 가까워진다.

판타지적인 설정과 가벼운 톤의 블랙코미디가 녹아든 작품이다. 엉뚱한 캐릭터들은 장 피에르 주네로 대변되는 프랑스 코미디영화의 연장선에 놓여 있고, 주인공이 탈을 쓰고 위기를 돌파해나간다는 점에서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의 <프랭크>(2014)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주인공 로키는 소리에 예민한 아랫집 주민을 위해 바닥에까지 방음재를 깔아두고 생활하는 착한 청년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선하고 순수한 성격 때문에 사람들에게 무시받는다. 로키는 운좋게 부엉이옷으로 인생의 크고 작은 기회를 만나지만 결국 자신의 성격이 스스로에게 가장 잘 맞는 옷임을 깨닫는다. 부엉이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비롯해 주인공의 생활 곳곳은 과장된 색채로 묘사되지만 그런 지점이 오히려 캐릭터의 사랑스러운 면모를 부각한다. <더 콘서트>(2009), <드림팀>(2012) 등에 출연했던 프랑스 배우 람지 베디아가 연출하고 직접 로키 역을 맡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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