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중(김준우)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동생 미중(안하나)을 돌보며 몇년째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치매에 걸린 이웃집 할머니의 기저귀를 훔치고 공병을 모아가며 지독한 생활고에도 미중을 성심껏 돌본다. 한편 미중은 철중의 친구인 창기(최홍준)를 오랫동안 좋아해왔다. 철중은 미중과 창기를 이어주려 갖은 노력을 하지만 미중에 대한 창기의 반감만 심해진다. 반면 미중을 짝사랑하는 이도 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짜장면 가게에서 배달일을 하는 덕호(길덕호)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덕호는 매일 미중의 방 안을 몰래 들여다보는 게 취미다. 덕호를 견제하던 철중은 조건 없이 순수한 덕호의 진심을 알고 태도를 바꾼다.
<스피드>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께>를 연출한 이상우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에 이어 청년들은 가난, 폭력, 패륜, 범죄로 점철된 일상을 살아나간다. 세계를 그리는 톤은 한층 비극적으로 변했다. 남자는 돈을 갚지 않은 친구를 끌고와 장애를 가진 동생과 성관계를 강요하고, 여학생을 강간하려던 남자는 집 안에 있던 학생의 아버지에게 잡혀 되레 지속적으로 강간을 당한다. 말 그대로 가난과 왜곡된 성으로 말미암은 아비규환이 몰아친다. 로맨스의 추한 면모를 드러내려는 의도와 달리 이 영화에서 로맨스 서사는 그리 세심하지도 않고, 공감을 끌어내지도 못한다. 덕호의 애정은 맥락이 없고, 창기에 대한 미중의 오랜 감정은 쉽게 묵살돼버린다. 소외되는 인물 없이 캐릭터간의 서사를 고루 엮어낸 점은 흥미롭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모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