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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다니엘르 톰슨 감독
2016-12-29
글 : 송경원
사진 : 최성열

다니엘르 톰슨은 우리에겐 <라 붐>(1980), <여왕 마고>(1994)의 각본가로 더 친숙하다. 선 굵은 드라마부터 하이틴 장르까지 다양한 장르를 거친 이야기꾼이지만 감독 다니엘르 톰슨이 17년간 주력해온 장르는 코미디였다. 다니엘르 톰슨 감독의 신작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다시금 인물과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다. 밀도 높은 심리묘사를 보노라면 애초에 이쪽이 더 익숙했던 옷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프렌치 시네마 투어 2016을 위해 내한한 다니엘르 톰슨 감독을 만났다. 차분한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감독의 설명은 그것만으로도 한편의 영화 같았다.

-15년 전부터 구상한 소재라고 들었다. 연출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15년 전 세잔과 졸라에 대한 짧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두 예술가 사이의 균열에 대해 알았고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당시엔 두 사람에 대해 잘 몰랐고 영화화까지는 생각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전작 <포옹하는 사람들>(2013)이 생각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게 계기가 되었다. 계속해서 코미디를 만들어왔는데 다른 영화를 만들 때가 됐다고 느꼈다. 뒤늦게 수첩을 뒤적이다 세잔과 졸라가 떠올랐고, 여러 자료를 읽으며 두 사람에게 매료됐다.

-얘기한 것처럼 주로 코미디 장르에서 명성을 떨쳤지만 영화를 보니 정통 드라마 쪽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여왕 마고> 같은 시나리오도 썼으니까. (웃음) 기본적으로 코미디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그 부분을 좀더 깊게 파내려간 것뿐이다. 세잔이나 졸라 같은 위인들에 대해 우리는 반사적으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들이 그런 결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에 더 흥미가 당겼다. 불안에 휩싸이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들의 청년 시절로 들어가보고 싶었다.

-에밀 졸라 역의 기욤 카네와 폴 세잔 역의 기욤 갈리엔은 영화를 완성시키는 연기를 선보였다.

=실존 인물과 닮은 배우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작품에 이상적인 배우는 나만큼 캐릭터를 함께 만들고 싶어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두 배우 모두 열정을 증명했고 영화에 많은 것을 불어넣어줬다.

-시간 순서를 자유롭게 배치한 구조가 마치 인상주의 회화를 보는 듯하다.

=의도된 구성이다. 첫 번째 완성본은 지금의 형태와는 달랐다. 편집감독 실비란드라와 6개월을 함께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구성했다. 편집과정에서 새로운 영화가 탄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더 산발적인 효과가 나길 원했지만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가능한 한 유지하려고 했다. 세세한 에피소드보다는 시퀀스를 관통하는 이미지, 이를 통해 피어나는 감정에 충실한 영화로 기억되길 바랐다.

-거장들의 젊은 시절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론 예술가로 사는 것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자료조사를 했다. 세잔과 졸라가 쓴 글들을 따라가기도 했고, 미술관에서 그림과 글을 접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마치 19세기에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고 그 느낌을 최대한 전하고 싶었다. 미술과 조명에 특히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가령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잔과 졸라의 공간이 끊임없이 변화하거나 파리, 메당, 프로방스의 빛은 다르게 그려지는 식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파고들수록 두 사람이 겪었을 고통이 손에 잡혔다. 예술가로서의 야망과 집착, 한명이 성공하고 다른 한명이 이를 바라봐야 했을 때 상대에 대한 질투와 동경, 배신감 등 복잡한 감정들이 피어오른다. 이 영화는 엇갈리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자 예술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그림자에 관한 관찰이다. 또는 우정에 관한 질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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