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16년은 이상하리만치 오스카 레이스에 유력 후보가 없다. 대선 결과 때문에 맥빠진 탓일까. 미국인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었다. 연말에 평론가와 관객의 관심을 동시에 받은 유일한 예외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정도인데, 이 틈새를 영리하게 공략한 작품이 스릴러 <녹터널 애니멀스>다. 에이미 애덤스와 제이크 질렌홀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풍요롭지만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갤러리 관장 수잔이 전남편 에드워드로부터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제목의 소설을 받은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가 연출과 시나리오를 담당했다. 디자이너로서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그의 장편 연출 데뷔작 <싱글맨>(2009)이 비교적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연출자 톰 포드의 기량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녹터널 애니멀스>가 올해 오스카의 유력한 후보작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이 작품을 지지하는 평론가와 관객의 열띤 호응 때문이다. 일부 평론가들로부터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블루 벨벳>에 비견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영화는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지만, 동시에 관람 후 떨쳐버리기 힘든 진한 여운을 남긴다는 반응도 많다. 또 이 영화는 스토리텔러로서 톰 포드의 재능을 새삼 발견하게 해준다는 평도 있다. 그의 데뷔작 <싱글맨>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이번 영화는 톰 포드가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감독상과 작가상 후보에 동시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녹터널 애니멀스>와 함께 예상 밖의 선전을 하고 있는 작품들이 있다. 멜 깁슨 감독의 <핵소 고지>와 데이비드 매킨지 감독의 <로스트 인 더스트>,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플로렌스>, 켈리 프리몬 감독의 <디 엣지 오브 세븐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