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맥베스>에 이어 저스틴 커젤 감독과 다시 뭉친 마이클 파스빈더 & 마리옹 코티야르
2017-01-04
글 : 손주연 (런던 통신원)
마리옹 코티야르와 마이클 파스빈더(왼쪽부터).

마이클 파스빈더가 키를 잡고 저스틴 커젤 감독이 합류하자 마리옹 코티야르도 관심을 보였다. <맥베스>의 드림팀은 그렇게 다시 뭉쳤다. 판타지 액션영화도 클래식하면서 우아해질 수 있을까. 영화 속 신뢰의 도약처럼 서로를 향한 유대감으로 뭉친 두 배우의 이야기를 전한다.

마이클 파스빈더

-작업 기간이 꽤 길었다.

=그렇다. 2011년부터 시작했으니 꽤 긴 여정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흥미를 가진 이유가 있나.

=유비소프트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들로부터 이 게임의 세계관에 대해 들었다. DNA를 통해 선조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컨셉이 현대 과학에서도 설명 가능한 이론으로 들려 흥미로웠다. 거기에 암살단과 템플기사단의 싸움이라니!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 작품은 SF이면서 판타지, 액션 등 다양한 장르로 관객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이 원작인 영화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음,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2016)은 그래도 수익이 좀 나지 않았나? (웃음) 비디오게임이 원작인 영화가 흥행 성적 면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의식하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 역시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야말로 ‘저주받은 장르’라는 것을 누군가로부터 듣기 전까지는 몰랐다. 나는 그저 <어쌔신 크리드>의 세계관, 아이디어에 매료됐다. 게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던 내가 그 독창성에 매료된 것처럼 관객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어땠나.

=<엑스맨> 시리즈에서 매그니토를 연기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영화가 아닌 다른 매체들을 통해 이미 확고한 팬층을 확보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팬들이 거는 건전한 기대감과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게임 속 캐릭터라면 그가 실제로도 멋지게 그려지기를 바랄 텐데 충분히 이해한다. 적어도 게임 속보다 멋지게 묘사되기를 바랄 것이다. 아니면 게임과는 다른 놀라움을 경험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 실사 영화가 가지는 한계점은 분명 존재한다. 게임에서는 너무나 멋진 기계 애니머스가 영화에서는 게임 팬들이 보기에 그저 그런 치과 의자로 보일 수도 있고. (웃음) 하지만 나는 이번 작품이 팬들이 갖고 있을 건전한 기대감을 충분히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칼럼과 아귈라라는 두명의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워낙 다른 성향을 가진 캐릭터들이라 도리어 어렵지 않았다. 칼럼은 다소 이기적인 인물이다. 삶의 많은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던 그는 어려서부터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했고 누구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다. 때문에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 혹은 다른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그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덕목이었다. 그런 그가 애니머스를 통해 아귈라를 만나게 되면서 점차 자신의 운명을 인지해나간다. 반면 아귈라는 매우 과묵한 인물로,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편이다. 칼럼과 달리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하고.

-액션 신이 유난히 많았는데 특별한 준비가 있었나.

=글쎄, 어떤 장면을 위한 특별한 준비가 있었던 건 아니다. 모든 액션 신 촬영에는 언제나 위험이 있기 마련이다. 배우로서 나는 육체를 튼튼하게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든 다칠 수는 있으나 그로 인해서 영화가 2, 3주씩 늘어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를 감수할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점차 나이 들어가고 있으니, 이에 대해 좀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웃음) 하지만 즐거웠다.

-유명한 자유낙하, 스스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나.

=아니, 내가 하면 아마도 죽지 않을까. (웃음) 그냥 뛰어내리면 끝나는 게 아니라 착지 자세도 생각해야 한다. 처음 12m에서 낙하를 시작해 점차 높이 올라가면서 8번의 시도를 했고 결국 38m까지 가능했다. 물론 내가 아니라 스턴트맨이자 체조 전문가인 데이미언 월터스가. (웃음)

-3부작 시리즈로 기획했다고 들었다. 두 번째 작업은 언제 시작하나.

=처음 기획할 때 러프하게 3개로 나눠 준비하기는 했다. 올해 개봉되는 작품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입문서 격이다. 2편과 3편에서 어떤 여정을 겪게 될지는 아주 간단한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이 부분은 첫 작품의 성과에 영향을 받을 것 같다. 3부작을 모두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쌔신 크리드>

마리옹 코티야르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게임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어쌔신 크리드>의 대본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사전에 알고 있었다. 우리집 근처에서 기거하면서 쓰고 있었으니까! (웃음) 다만 그 시점에는 내가 따로 관여하고 있지는 않았다. 내가 들었던 내용 역시 <어쌔신 크리드>라는 비디오게임 관련 작업이라는 것 정도였다. 당시 나는 처음 듣는 게임이라 그저 총 쏘기 게임 같은 것인 줄로만 알았다. (웃음) 그런데 마침 주변에 이 게임에 빠져 있는 친구가 2명 정도 있어 그들에게 이야기했더니 어찌나 열을 올리며 설명하던지! (웃음) 그들 덕분에 게임의 역사나 세계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독특한 세계관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찰나 스크립트를 전달받았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소피아라는 캐릭터도 흥미로웠고 마이클 파스빈더, 저스틴 커젤과 다시 한번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을 거절할 수 없었던 이유다.

-<맥베스>에 이어 저스틴 커젤 감독, 마이클 파스빈더와 다시 한번 뭉쳤다. 같은 배우, 같은 감독과의 연이은 작업이 부담되지는 않았나.

=<맥베스>는 여배우로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준 작품이었기에 다시 한번 같이 작업을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너무 기뻤다. 저스틴은 내가 함께 작업해본 감독 중 단연 최고의 감독이다. 프로젝트를 고를 때에는 시나리오만큼 감독이 가지고 있는 예술가적인 심미안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저스틴은 이 방면에서 정말로 뛰어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쌔신 크리드> 대본을 읽은 뒤 더욱 참여하고 싶어졌다. 이 작품은 폭력성에 대해 매우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면서, 인간이 이 폭력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당신 캐릭터 소피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열정이 넘치는 과학자다. 소피아는 바이러스 치료제를 찾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고 있다. 동시에 매우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민함이라는 덕목은 냉정한 이성적 판단을 주로 요구하는 과학자라는 직업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소피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타 과학자들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소피아는 결국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운명에 대한 강한 믿음과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의문으로 고뇌하게 된다. 내게는 이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