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선하고 편안한 감동을 만들어내는 차태현표 가족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2017-01-04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성공한 작곡가 이형(차태현)은 여자 친구에게 청혼하러 가던 길,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구천을 떠돌던 이형의 영혼은 임신한 여고생 말희(김윤혜)의 몸에 들어간다. 이후 그의 영혼은 이혼을 앞둔 중년 형사, 남다른 식탐을 자랑하는 노총각 교사, 치매 걸린 할머니의 몸으로 차례차례 옮겨간다. 이형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이형이 여러 육체를 옮겨다니느라 정신없는 사이, 의식불명 상태인 그의 진짜 육체엔 죽음이 다가온다.

<토끼와 리저드> 이후 주지홍 감독이 만든 두 번째 개봉작 <사랑하기 때문에>는 에피소드식 구성을 취한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이형이 빙의되는 인물들은 모두 애정 문제로 위기에 처한 상태다. 모든 에피소드는 하나같이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진심을 강조한다. 예상 가능한 전개로 익숙한 감동을 취하려 하는데 몇몇 에피소드는 마음을 흔드는 구석이 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그가 오인하는 대로 첫사랑을 연기하는 남편의 에피소드는 박근형과 선우용여 두 배우의 관록을 입고 묵직한 정서를 환기한다. 배우 배성우가 연기하는 노총각 교사 에피소드에서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곳곳에서 식탐을 부리는 모습을 학생들이나 첫사랑의 시선에서 담아내며 캐릭터의 천진한 모습을 부각시킨다. 각각의 사연은 맥락 없이 소동일변도로 시작하거나 헐겁게 제시되지만 뒤로 갈수록 에피소드간의 교차점이 드러나면서 흡인력을 더해간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배우 차태현이 출연했던 전작들의 요소들을 상기시킨다. 사연 있는 인물들 틈바구니에서 문제 해결사 노릇을 하는 이형 캐릭터는 <헬로우 고스트>의 상만과 닮았다. 공연업계를 배경으로 무대를 꿈꾸는 이들의 사연을 다루는 점이나 극의 절정에서 무대 신을 배치하는 구성은 <과속스캔들>을 떠오르게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다양한 인물들과 호흡하며 선하고 편안한 감동을 만들어내는 차태현표 가족영화의 연장선에 있다. 유재하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와 <지난날>이 테마곡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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