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노숙인과 길고양이, 편견 없는 이웃이 연대하는 이야기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017-01-04
글 : 윤혜지

거리의 뮤지션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는 버스킹으로 그날그날 먹고사는 마약중독자다. 복지 프로그램을 신청해 약물중독을 극복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운좋게 복지사 벨(조앤 프로갯)의 배려로 임대주택까지 빌릴 수 있게 된 그는 다시 한번 새로운 삶을 꿈꿔본다. 어느 날 제임스는 집에 찾아들어온 길고양이 밥에게 하루치 식량을 나눠주게 되고, 다음날 상처입은 밥과 다시 만난 제임스는 전 재산을 털어 밥을 병원에 데려간다. 어쩌다보니 밥의 생계까지 책임지게 된 제임스는 밥을 굶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고자 한다. 밥과 함께 버스킹에 나서자 사람들은 제임스의 노래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제임스는 희망을 얻고 노숙인 자활을 돕는 <빅이슈> 매거진의 판매원으로도 일한다.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제임스 보웬의 자활 수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한때 삶을 포기했던 남자가 건강한 자립에 성공하게 된 실화는 본인의 강력한 의지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웃의 실질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자리에서 자기 몫을 다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일으킨 것이다. 정체 모르는 옆집 남자의 위기를 모른 척하지 않는 박애주의자 이웃, 몇 차례의 실패가 있었음에도 끈기 있게 환자의 자립을 도우려는 복지사, 맹점이 있는 규정이라도 엄격히 준수해 업장의 형평을 유지하면서도 심지 굳게 자활을 독려하는 <빅이슈> 매거진 담당자까지 영화는 노숙인과 길고양이, 편견 없는 이웃이 연대하는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전개한다. 또한 이를 넘어서 약물중독자,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영국 복지 프로그램의 면면까지 들여다보게 한다. 루크 트레더웨이가 라이브로 연기한 제임스의 버스킹 장면들은 <샤인>(1996), <드레스메이커>(2015) 등의 음악을 담당한 데이비드 허슈펠더와 싱어송라이터 찰리 핑크의 협업으로 만들어져 진하고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제임스와 밥이 자전거나 버스를 타고 코벤트가든 등 런던의 곳곳을 누비는 장면도 만족할 만한 눈요깃거리다. 산전수전을 다 겪는 극중의 고양이 밥으로 실제 사연의 주인공인 밥이 직접 출연해 명연기를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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