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한국의 올드 호러팬들에게 향수감 이상의 무엇을 선사할지는 의문 <사다코 대 카야코>
2017-01-04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세기말 재팬호러를 이끌어왔던 <링>과 <주온>이 격돌한다. 비디오의 저주가 바이러스처럼 퍼진다는 설정의 <링>에서 긴 머리의 사다코가 준 비주얼 쇼크는 상당했다. 귀신들린 집 모티브를 활용한 <주온>에서는 원혼 가야코의 그로테스크한 신체 움직임 못지않게 아동 토시오가 주는 섬뜩함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초능력 염사와 음울한 주박의 힘을 설파했던 사다코와 가야코는 이후 재팬호러의 강렬한 아이콘이 되어 자기복제적 후속편들을 만들어내며 고정 팬을 양산해왔다. 시리즈를 지속해온 각 영화들이 <사다코 대 카야코>에서 만났다.

우연히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 유리(야마모토 미즈키)와 나츠미. 나츠미는 저주의 비디오를 시청한 후 기괴한 사건들에 직면한다. 친구 나츠미를 구하기 위해 유리는 퇴마사 케이조(안도 마사노부)를 찾아간다. 한편, 폐가 옆으로 이사온 스즈카(다마시로 디나)는 그 집에서 일어난 흉흉한 사건의 이야기를 들은 후 종종 악몽에 시달린다. 영화는 각기 다른 사연으로 의문의 폐가로 향하는 두 젊은 여성 유리와 스즈카가 퇴마사의 도움을 통해 원혼 사다코와 가야코의 저주에서 빠져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사다코 대 카야코>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에 필적할 만한 조악한 스핀오프 작품이다. 사다코, 가야코, 토시오의 이미지 남용은 물론이거니와 두 원혼을 대결시킨다는 발상의 유치함이 원작에 대한 리스펙트마저 철회하게 만든다. 올여름 일본에서는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으나 한국의 올드 호러팬들에게 향수감 이상의 무엇을 선사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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