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소한 환대와 공감의 순간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퀴어영화 <걱정말아요>
2017-01-04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걱정말아요>는 우연한 만남들을 통해 마음의 온기를 전하는 영화다. 퀴어영화제작사 레인보우팩토리가 <원나잇 온리>(2014)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옴니버스 프로젝트 작품이기도 하다. 첫 번째 수록작 <애타는 마음>(소준문)은 통통한 택시운전사 춘길이 꿈에 그리던 이상형 현준을 만나 하룻밤 동안 겪게 되는 마음의 행로를 따라간다. 게이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되 이를 유머러스하게 풀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처럼 작품은 시종일관 코믹하게 진행된다. 치명적 아름다움에 대한 탐미적 예찬을 매우 세속화된 방식으로 드러내는 격정 원나이트 로맨스물이기도 하다. 두 번째 수록작 <새끼 손가락>(김대견, 김현)은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혁이 우연히 그곳을 찾아온 석과 재회하며 시작된다. 석의 이야기를 통해 혁은 과거 그들이 사랑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두근대던 첫사랑과 어찌할 수 없었던 마음의 균열을 고즈넉이 되돌아본다. 두 신인감독은 인물들의 감정선을 청량한 영상미 안에 녹여내는 데 상당히 공을 들였다. <소월길>(신종훈)은 점순과 은지의 묘한 만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집에는 투잡을 한다 했지만 실상 낮의 식당 일이 끝나면 밤의 소월길에서 몸을 파는 점순. 어느 날 그녀는 소월길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름다운 아가씨 은지를 만난다. 하지만 은지에게는 소월길에 나올 수밖에 없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이렇게 <걱정말아요>는 우연한 혹은 필연적인 만남에서 뜨거운 열정 혹은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순간에 집중한다. 사소한 환대와 공감의 순간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퀴어영화의 저변을 한층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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