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화려해 보이지만 공허한 일상 <녹터널 애니멀스>
2017-01-11
글 : 이예지

미술관 아트디렉터 수잔(에이미 애덤스)은 화려해 보이지만 공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호화스러운 집에 살고 있으나 재정 상태는 위험하고, 다정한 남편은 몰래 바람을 피운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그녀에게 전남편 에드워드(제이크 질렌홀)가 소설 <야행성 동물들>을 보내온다. 수잔은 아내와 딸을 납치한 범인을 쫓는 토니(제이크 질렌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에 깊게 빠져들고,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졌던 과거를 회상한다. 수잔은 소설가를 꿈꾸는 감성적인 청년인 에드워드를 사랑했지만 부와 명예를 중시하는 그녀의 어머니는 이들의 결혼을 반대했다. 수잔은 어머니와 자신이 다르다고 선언했으나 에드워드와의 사랑을 이어가지 못한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소설 속의 이야기를 넘나드는 액자식 구성의 영화다. 에드워드는 곧 토니로, 그는 이야기 속 이야기인 소설 <야행성 동물들>에서 과거 사랑에서 상처받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야행성 동물들>은 무뢰한들에게서 아내와 딸을 지키지 못한 한 가장이 자신이 나약하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로, 수잔이 과거 연인이자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토니에게 행사한 폭력과 그가 입은 심리적 내상을 은유한다. 현실과 소설,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촘촘히 엮어내는 솜씨와 서스펜스를 쌓아가는 방식,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배치하는 감독의 능력은 탁월하다. 미장센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플롯의 구조적 미학도 디자인 솜씨가 뛰어나 톰 포드 감독의 본업을 떠올리게 된다. 화려하지만 공허한 여자의 내면을 표현한 에이미 애덤스와 자신이 나약하다는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남자를 연기한 제이크 질렌홀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좋은 배우와 탄탄한 구조를 갖추었는데도 서사는 수잔의 일상처럼 공허하다. 연인의 과거사와 이별, 상처는 단순하고 전형적으로 그려지며 그 속에 담긴 남녀관은 고루하게 느껴질 정도다. 토니가 수잔에게 받았던 상처를 재현한 소설 역시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비유의 차원에 그쳐 그다지 우아한 복수로 보이진 않는다. 이미지와 스타일은 뛰어나지만 서사가 아쉬운 작품으로, 톰 포드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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