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교사와 그를 밀어내고 정규직 자리를 차지한 교사, 그리고 그들 사이의 한 소년. 관계를 조망하는 동시에 파고드는 <여교사>는 카메라와 인물간의 거리의 중요성을 아는 영화다. 효주(김하늘)의 얼굴을 세밀하게 담아내는 타이트한 숏이 있는가 하면, 너른 운동장을 배경으로 효주가 혜영(유인영)에게 무릎을 꿇는 와이드한 풀숏도 있다. <여교사>에 다양한 숏들을 담아낸 장본인은, 김상범 편집감독이 “사이즈감이 뛰어나다”고 평한 김태수 촬영감독이다. “인물들의 긴장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는 그는 “카메라가 인물과 거리를 두고 건조하게 바라보는 방식”을 택했다. “표면이 차가워야 들끓는 심연을 더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하늘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는 클로즈업 외에는 넓은 사이즈의 숏들을 사용하며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했다.”
카메라는 되도록 한대를 사용하고 셋업을 자주 바꾸지 않았다는 김태수 촬영감독은 단순한 구성을 지향했다. “요즘 상업영화에서는 카메라 두대를 돌리는 것이 보편적인데, 관습적인 카메라워킹에서 벗어나고 싶더라. 관객이 길게 지켜볼 수 있는 호흡을 만들려 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또 하나는 “정서에 따른 톤의 구현”이다. “효주가 오래된 남자친구(이희준)와 있을 때는 피로함을 보여주기 위해 일반 가정집 형광등과 블루와 그린이 섞인 월광의 색을 차갑게 보여줬다.” 반면, 재하(이원근)와 있을 때는 따듯한 앰버 톤의 조명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주황색 가로등을 강조했다. 효주가 마치 따듯한 빛에 이끌려 재하쪽으로 다가가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다.” 여태까지 줄곧 함께해온 파트너인 전영석 조명감독과의 협업이 빛을 본 대목이다.
<여교사>가 두 번째 작품인 김태수 촬영감독은 <돌연변이>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에너지 넘치는 신인이다. 그는 <아저씨>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의 상업영화 촬영팀과 <12번째 보조사제> <부서진 밤> 등의 단편영화 촬영감독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인 그는 “재학 중엔 단편을 찍고, 휴학해서 현장을 가는 징검다리식”으로 작품을 하며 감각을 키웠다. 그의 차기작은 광화문시네마의 전고운 감독이 연출하는 경쾌한 블랙코미디 <소공녀>다. “저예산영화라 자본 회수의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으로, 눈치 보지 말고 다 해보자고 감독과 얘기했다. (웃음)” 관습에서 벗어난 촬영과 다양한 영화 작업을 추구하는 그는 촬영감독의 새로운 세대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손목시계
“촬영은 항상 시간과의 싸움이다. 현장에선 휴대폰을 꺼낼 수 없으니 늘 손목시계를 보면서 이 셋업의 촬영을 몇분 안에 끝내자는 계산을 머릿속으로 한다. 무척 고마운 시계다.”
2015 <여교사> 촬영 2015 <돌연변이> 촬영 2014 단편 <12번째 보조사제> 촬영 2013 단편 <잘 먹고 잘 사는 법> 촬영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촬영팀 2011 <북촌방향> 촬영팀 2010 단편 <부서진 밤> 촬영 2010 <아저씨> 촬영팀 2009 <평행이론> 촬영팀 2008 <미쓰 홍당무> 촬영팀 2007 <라듸오 데이즈> 촬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