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의 치루트 임웨와 그의 친구 베이즈 역할에 중화권 배우 견자단과 장원이 캐스팅된 것을 두고 중국 시장을 위한 마스코트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로그 원>에 포스의 아우라를 부여한 건 두 캐릭터의 활약 덕분. 소모적인 캐릭터가 될 것이란 우려를 딛고 주인공 진 이상의 존재감으로 각인된 치루트, 아니 견자단을 위한 헌사를 바친다.
1. 왜 견자단이었나
치루트 임웨는 제다이의 광선검 제작에 필요한 카이버 크리스털을 채굴, 관리하던 신전에 소속된 수도승이다. 휠스의 수호자로 불리는 이들은 제다이처럼 포스를 물리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포스는 나와, 나는 포스와 함께”한다는 치루트의 말처럼 포스의 흐름을 느끼고 그에 따른다. 동양인 수도승이란 컨셉은 그야말로 식상함의 극치지만 견자단의 합류로 상황은 일변했다. 5개월간 런던 촬영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 때문에 캐스팅 제안에 고민하던 견자단은 <스타워즈> 팬인 아이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영화에 합류했다. 그의 결정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다름 아니라 영화의 주인공 진 때문이었다. “여성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끌고 간다는 데에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는 후문. “아시아인 워리어 몽크면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시각장애인 설정 등을 추가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고 하니 이쯤 되면 독자적인 캐릭터를 창조한 걸로 봐도 좋지 않을까.
2. 영춘권
당대 중화권 액션 지존을 꼽는다면 단연 견자단이다. 견자단이란 브랜드는 성룡과 이연걸 이후 대체 불가능한 지위에 있다. 실제 태극권 고수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견자단과 영춘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원화평 감독의 <소태극>(1984)을 통해 배우 인생을 시작한 견자단은 원화평 감독의 <영춘권>(1994)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다. 여성의 호신술로 출발한 영춘권은 간결하고 직선적이며 빠른 움직임이 특징인데 이는 곧 견자단 액션의 색깔이기도 하다. 이후 영춘권의 시조이자 이소룡의 스승인 엽문을 다루는 영화 <엽문>(2008)의 주인공까지 맡았다. <로그 원>에서 여성 캐릭터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정을 보였던 견자단의 혜안이 돋보인다.
3. 의외의 브로맨스
견자단이 추가한 치루트의 설정은 또 있다. 운명이나 포스를 절대 믿지 않는 현실주의자 베이즈와의 콤비를 짜낸 것.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호흡은 <로그 원>에서 최상의 팀워크를 자랑한다. 중국 홍보 중 치루트와 베이즈의 케미스트리에 대해 질문하자 견자단은 “남녀 사이가 꼭 로맨틱한 관계여야 할 필요가 없듯이 남자 사이에서도 꼭 우정이라는 말로 모든 걸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의미심장한 답변을 남겼다. 뒤어어 장원이 “형제입니다”라고 단호히 선을 긋는 모습까지 꽁냥꽁냥 치루트와 베이즈 커플(?)을 보는 것 같다. <삼국지: 명장 관우>에서 조조(장원) 역할을 맡아 관우(견자단)를 향한 애끓는 짝사랑을 이미 고백한 전력에 비춰볼 때 팬들의 상상이 전혀 엉뚱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