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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문영> 김소연 감독
2017-01-19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아가씨>(2016) 이전, 배우 김태리의 주연작. 이것만으로도 김소연 감독의 데뷔작 <문영>(2015, 개봉 1월12일)은 주목받고 있다. 18살 소녀 문영(김태리)은 캠코더를 들고 홀로 거리를 헤맨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세상 속에서 문영은 집을 나간 엄마를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기약 없는 기대를 해본다. 세상과 등을 지고 살게 된 문영은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문영에게 희수(정현)가 다가온다. <문영>은 문영이 차마 말하지 못했던 말, 그 한마디를 꺼내기까지를 따른다. 문영의 용기에 대한 영화다.

-<문영>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영화 일을 해왔나.

=2011년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졸업했다. 휴학하고 윤성현 감독님의 <파수꾼>의 스크립터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이후 김희정 감독님의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을 비롯해 <그댄 나의 뱀파이어> <기술자들> <뷰티 인사이드> <럭키> 등에서도 스크립터로 일했다. 배운 게 영화밖에 없었다. 영화를 찍고, 영화로 밥벌이를 하고 싶었다.

-문영이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어떻게 시작했나.

=매번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으로 글을 쓴다. 문영에게는 어릴 적 내 모습이 많다. 문영처럼 나도 술을 마시고 폭언을 일삼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엇나가지도 못하고 치기 어린 모습만 나왔다. 문영은 극단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거다. 그런 문영에게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28살 희수가 다가온다. 이들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개봉 버전은 64분이나 개봉 전 영화제 버전은 모두 단편이었다.

=2013년 2월 촬영했고 66분 장편으로 만들었다. 상영의 기회라도 갖고 싶어 단편 버전으로 영화제에 출품했다. 절대로 줄일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줄여지더라. 단편 작업을 하며 많이 배웠다.

-배우 김태리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난항 끝에 문영 역의 배우를 섭외했다. 근데 아직 만나지 않은 배우가 있었다. 태리씨였다. 사진으로 봤을 땐 내가 생각한 무표정한 얼굴의 상처가 엿보이는 문영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분홍색 카디건을 입고 환하게 웃는, 더우면 금세 볼이 빨개지는 태리씨는 되게 사랑스러웠다. 막상 대화를 해보니 본인 의사 표현도 확실하고 똑똑하고 재밌고. 내가 그리던 문영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태리씨와 문영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했다. 태리씨의 긴 머리를 자르고 얼굴에서 웃음기를 빼고 그녀 안에 다른 면을 끄집어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같았다.

-김태리의 합류로 문영은 어떻게 바뀌었나.

=조금 사랑스러워졌다. 태리씨가 연약하고 애정의 마음을 품게 하는 문영을 표현해줬다. 태리씨가 연기를 그렇게 잘할 줄이야. 촬영 전에 가능한 한 자주 만나 문영의 감정에 대해서 많이 얘기했다. 태리씨는 모르면 모르겠다고 바로바로 묻고. 촬영 전 태리씨에게 문영의 습관을 들이게끔 캠코더를 쥐어줬다. 오프닝의 일부 캠코더 화면이나 영화 속에서 문영이 카메라를 들고 찍었을 법한 장면 모두 태리씨가 찍은 화면들이다.

-<문영>은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 않던 문영이 처음으로 제 안의 말을 해보는 순간을 위해 달려간다.

=문영의 치기는 결국 문영의 나약함에서 온다. 작은 상처를 막으려 더 큰 상처를 만드는 사람들. 그들이 자기 안의 것을 꺼내보는 게 중요하다. 대사로도 나오지만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가 중요하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보다도, 그 말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것. 그게 시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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