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누구나 인생에서 실패한 한수를 거두고 싶은 순간이 있다 <매기스 플랜>
2017-01-25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매기(그레타 거윅)는 아이를 갖고 싶다. 하지만 평생 진득한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한 매기는 앞으로 결혼을 결심할 만큼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매기는 인공수정을 결심한다. 대학 동창 가이(트래비스 핌멜)에게 정자를 얻어 계획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던 차, 매기는 새 인연을 만난다.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인류학자 존(에단 호크)이다. 매기가 존의 소설에 정성 어린 피드백을 해주며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존이 이혼을 택하면서 둘은 부부가 된다. 매기는 예쁜 딸을 낳으며 아기를 갖고 싶단 꿈도 이룬다. 결혼 3년 후, 매기는 존과 결혼을 결정한 과거의 선택을 후회한다.

누구나 인생에서 실패한 한수를 거두고 싶은 순간이 있다. <매기스 플랜>은 불륜으로 가정을 꾸린 주인공이 결혼을 무르는 것은 물론 남편의 전 아내와 남편의 재결합을 돕겠다는 다소 황당한 계획을 실천하는 과정을 그린다. 예상대로 인위적으로 관계를 바꾸려는 주인공의 노력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꼬여가는데, 충분히 현실적이지만 실천하긴 어려운 상상을 목도하는 희열이 있다. 감독 레베카 밀러는 전작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에 이어 뛰어난 코미디 감각을 캐릭터에 얹어낸다. 한결같은 7부바지 차림으로 매기를 향한 순정을 드러내는 가이, 독설과 일침에는 능하지만 수습에는 서툰 토니와 펠리시아 부부 등 캐릭터의 외양과 대사, 이들이 빚어내는 상황들에서 다채로운 재미가 형성된다.

배우 그레타 거윅이 연기하는 매기는 <프란시스 하>의 주인공 프란시스와 닮아 있다. 도심에서 1인가구로 생활해나가는 설정은 일반적이라고 해도, 매기의 빈틈 많고 엉뚱하며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등은 프란시스의 그것이다. 꿈과 현실 사이를 부유하며 삶에 안착하기 위해 노력하던 프란시스가 다음 단계의 고민을 이어나간다면 <매기스 플랜>의 매기와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배우 그레타 거윅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일관성 혹은 전형성에서 비롯되는 인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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