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재난의 규모가 커질수록 인간은 무력해진다 <딥워터 호라이즌>
2017-01-25
글 : 김수빈 (객원기자)

2010년 4월2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앞바다의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폭발했다. 폭발은 87일간 지속됐고 2천만 갤런의 원유가 멕시코만 일대에 쏟아졌다. 이 사고로 11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사고 직전의 선박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무리한 작업량으로 성한 곳이 없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선박의 총책임자 지미(커트 러셀)와 엔지니어 팀장 마이크(마크 월버그)는 안전 검사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영국 석유업체 BP의 직원들은 일정과 비용을 이유로 그들의 경고를 묵살한다.

재난의 규모가 커질수록 인간은 무력해진다. 그 틈바구니에서 발휘되는 동료애는 몇 곱절로 빛을 발한다. <딥워터 호라이즌>은 재난의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임으로써 메시지를 부각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재난은 그 자체로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다. 인물들의 일상에서부터 폭발을 상기하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중첩시키며 재난의 징후들을 드러낸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카메라는 캄캄한 해저와 물성이 도드라지는 기계 내부를 클로즈업하며 재난의 서두를 연다. 폭발이 시작되자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건 현장 일선에서 일하던 굴착반 직원들이다. 직책과 계층을 구분 짓던 벽과 공간은 이어진 폭발과 화재로 붕괴되고, 모두 재난에 힘없이 휩쓸린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감독은 흥미로운 비유를 들어가며 대기업의 맹목적인 성과주의를 비판한다. 영화는 감상주의로 치우치는 법이 없지만 그것이 오히려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감상을 확장한다. 구조된 이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이 살아남은 자의 안도가 아니라 떠난 동료를 향한 부채감이란 점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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