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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임진만 춘천 한국영화예술교육원 원장
2017-02-02
글 : 조민준 (한겨레 esc 기자)
사진 : 백종헌

PC통신도 없던 시절, 영화가 좋아 오프라인 동호회를 결성했다. 수백권의 영화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동호회 세미나를 준비했던 열정은 90년대 국내 최초 사립영화교육기관인 NEO영화학교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제작투자, 매니지먼트 사업 등을 통해 영화계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임진만은 지난해 말 춘천에 새로운 영화 아카데미를 열었다. 척박한 지역 환경에 영상 교육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좀더 넓은 세상의 가능성을 향하고 있었다.

-춘천에 영화 아카데미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강원도에도 영화에 목마른 젊은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춘천, 춘천>(2016)으로 초청된 장우진 감독과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꼭 내가 아니라도 지역 교육 사업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해 12월5일 개원했는데, 춘천뿐만 아니라 파주, 홍천, 멀리 원주에서도 문의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장차 목표는 1~2년 내 중국 등 아시아인들에게 한국 영화와 드라마 제작 노하우를 가르치는 아카데미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각 대학 연극영화과는 경쟁률과 언어 장벽이 높다. 동시통역으로 영화, 드라마, CF 제작기법을 가르치게 될 국제 아카데미에는 기숙사도 필요하다. 그 부지 마련이 서울에선 힘들다는 이유도 컸다.

-모집 대상은 어느 정도 수준의 영화학도인가.

=<씨네21>을 꾸준히 보는 영화광부터,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이들까지 천차만별이다. NEO영화학교 시절에는 연극영화과 재학생, 졸업생도 상당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화를 어떻게 대해왔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2/3가량의 수강생들은 영화를 직접 찍어보는 데 관심이 많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맘대로 찍어오라고 하면 고독한 주인공이 이유 없이 방황하고 술 마시는 어두운 화면 일색이다. (웃음) 극영화의 드라마투르기를 정면으로 대할 용기가 없거나 예술영화를 추구한다 해도 길을 모르기 때문이다. 워크숍 전 3개월간의 이론수업은 그런 시행착오를 줄이는 과정이다.

-한국영화예술교육원 이수자들이 영상학부 졸업생들에게 비교우위를 갖게 될 부분이라면.

=대학은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지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실제적인 기술을 배워서 현장에 나가야 하는 이들에겐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아카데미가 필요하다. 영상학부 출신 수강생들은 대학에서 당대 감독들의 작품세계를 분석하고 새로운 트렌드의 제작기법을 배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토로한다. 하지만 우리는 최신 개봉작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분석하며, 자신이 지금 찍고 싶어 하는 영화와 기법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 한다.

-부문별 현직 영화계 종사자 특강 시스템은 NEO영화학교 시절부터의 강점이었다.

=감사하게도 학생들의 현장 견학 요청도 군말 없이 허락해주신다. 학교라면 학점 주고 졸업장 수여하면 끝이겠지만 아카데미는 그렇지 않다.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으면 좋은 학교로 진학하도록 지원하고, 실무에 뛰어들고 싶다면 현장과 연결해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돕겠다.

-배우 배용준을 발굴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매니지먼트, 제작투자, 교육사업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는데.

=매니지먼트는 배우 송강호, 문소리씨가 마지막이었다. 지금은 아카데미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차 제작과 매니지먼트, 교육을 한데 묶어 시너지를 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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